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1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의 안내를 받고 있다. 한경DB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1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의 안내를 받고 있다. 한경DB
삼성그룹은 작년부터 2년째 그룹 차원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 중이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이틀에 걸쳐 계열사를 찾아다니며 직접 사업목표와 계획을 들었다. 전무 이상 임직원과 식사도 하며 솔직한 의견도 교환했다.

삼성의 신년 메시지는 주력사인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대표이사) 신년사에서 읽을 수 있다.

삼성 "새로운 경쟁의 판 주도할 역량 구축"
권 부회장은 “작년 삼성전자는 매출 역성장, 주요 제품 시장 위상 하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혹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신흥국 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며 정보기술(IT)업계의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폰, TV, 메모리 등 주력 제품은 공급과잉, 저가화가 심화되고 있고 경쟁 업체는 공격적 투자와 파괴적 혁신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연결(O2O) 비즈니스, 공유경제 등 혁신 사업모델은 우리 강점인 하드웨어 가치를 약화시키고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경쟁의 판을 전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은 미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과 각 부문의 시너지 창출로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계열사에서도 위기감으로 가득 찬 신년사가 쏟아졌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변화, 혁신, 도전을 경영 방침으로 정했다”며 “중국을 포함한 신시장 개척과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자동차 등 사업영역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2016년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며 “일하는 방법의 혁신을 통해 전 임직원이 위기 극복과 변화 실천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올해를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로 만들자”며 “expertis(기술), execute(실행), expand(확장)로 이어지는 3E 사이클을 구축해 내실 성장을 이루자”고 밝혔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질적 성장을 통해 선진 수준의 높은 가치를 지닌 ‘글로벌 일류 삼성생명’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유성 삼성SDS 대표이사는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장 파괴적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소통을 강화하고 스피드를 제고하며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하자”고 역설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경영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모바일 중심의 차별화한 디지털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2016년은 새로운 시작의 원년”이라며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재무 구조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