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예고된 고비'…고삐 죄어 넘는다
“국내 주택 경기가 올해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급과잉 논란, 가계부채 단기 급증 등이 악재다. 해외 건설시장도 작년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저(低) 유가 장기화, 미국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등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 더 많다.”

국내 주요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4일 새해 신년사를 통해 밝힌 국내 부동산 및 해외 수주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대내외적으로 호재보다 악재가 많다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EO들은 이런 위기를 내실 경영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3E(expertise(전문지식)·execute(실행)·expand(확대)) 사이클’을 구축하는 한편 “안전과 준법감시 기반 위에 고객과 사업 파트너 등 상대방 입장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건설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올해 양적 성장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런 만큼 “선택과 집중, 기술역량 강화를 통해 내실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해외 시장의 경우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성장률 둔화, 저유가 등은 악재지만 지난해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중심으로 투자개발형 사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건 호재로 봤다. 또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해외 건설시장은 저유가 장기화로 중동·아프리카 산유국의 공사 발주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건설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공급과잉,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 사장은 이런 위기를 내실 강화·실리 추구·역량 함양을 통해 극복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은 올해를 ‘위기 경영의 해’로 정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해외 시장은 사업 여건이 크게 나빠져 물량 확보가 어렵고 확보하더라도 상당한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처럼 호황기를 맞은 국내 주택시장도 최근 공급과잉과 맞물려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그동안의 (해외 건설시장) 난관들을 극복하고 올해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며 “건설업은 고(高)난도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과 투자형·서비스산업으로 흐름이 옮겨 가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대내외 사업 환경은 계속되는 저유가와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 국내 주택경기 하향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건축·토목·에너지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는 ‘리드 디벨로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은 “외부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 주택 경기 하락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돌을 범인줄 알고 쏘았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의 한자 성어인 ‘사석위호(射石爲虎)’를 언급하며 성심껏 노력하면 위기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홍선표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