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1월1일부터 총선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불법이 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분간 이를 단속하지 않기로 해 예비후보자들은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선거구 미획정에 따른 혼란과 정치 신인들의 반발을 일시적으로 잠재운 미봉책에 불과해 선거운동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선거구별 인구 상·하한선 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고 결정하면서 올해 말까지 새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기존 선거구는 무효가 된다고 결정했다. 여야는 이달 들어서만 여덟 차례의 지도부 회동을 했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어떻게 조정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다음달 1일부터 기존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된다. 지난 15일 이후 기존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들의 자격도 취소된다. 예비후보 자격을 잃으면 선거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고 홍보물을 돌리거나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 등 일체의 선거운동이 불법이 된다. 30일 현재 선관위에는 78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에 선관위는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선관위는 이날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한 입장’ 보도자료에서 “올해 말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단속은 잠정적으로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예비후보들의 활동이 불법이지만 현실을 감안해 불법을 잠시 묵인하겠다는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 등을 통해 선거운동과 다름없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놓고 예비후보들의 발만 묶어 놓으면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선거운동 현장의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인구 편차 조정에 따라 통합 또는 분할이 예상되는 선거구에선 예비후보자들이 아직도 어느 지역에 등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추후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서는 자신이 출마하려는 곳이 아닌 엉뚱한 지역에 후보 등록을 해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인 부산 중·동구의 임정석 새누리당 예비후보(50)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도 선거구가 바뀔지도 모르는데 어느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며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예비후보는 잠재적인 범법자가 되는 것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