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만나 쟁점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만나 쟁점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중점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이 ‘누더기’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간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법안 통과 단서로 붙으면서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국회에서 만나 쟁점 법안의 수정안을 논의했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이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제도 개선 대상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관련 제도 개선은 특별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추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 제안대로 보건의료를 제도 개선 대상에서 제외한 채 법이 통과된다면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다. 조 수석부대표는 “야당이 보건의료와 관련한 최종안을 주면 정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원샷법과 관련, 여야는 일부 업종 외에는 대기업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야당은 지난주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만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들 업종 외에 한두 가지 업종을 추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대기업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업종을 추가하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며 “다만 공급 과잉이 심각한 기업에 한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야당 일부에서는 삼성 등 특정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규모 분할·합병이 가능하도록 한 원샷법이 삼성 등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의장은 “법률에 특정 기업을 명시할 수 없다”며 “상호출자제한집단 전체를 제외하거나 업종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원내수석 회동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31일 본회의를 열어 쟁점 법안 중 일부라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야당 중점 법안 중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지원법(일명 탄소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탄소법은 전라북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탄소기술 개발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야당 텃밭인 전북 지역 사업을 지원해 야당을 본회의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야당이 역시 법사위에 걸려 있는 최저임금법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면 본회의 개최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원샷법은 연내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유연성을 발휘해 내년 1월8일까지인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은정진/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