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대표단 명단교환…北수석대표 맹경일·전종수 등 거론
의제조율 과정 진통예상…南 이산가족, 北 금강산관광 중시


오는 11일 개성에서 열리는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를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6일 "정례적으로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은 회담 지원 조직을 갖춘 통일부 소속 인사가 수석대표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청와대 인사가 정례 회담의 수석대표를 매번 맡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번 '12·11 남북 당국회담' 때 분기(3개월)마다 한 번씩 당국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2007년까지 남북을 오가며 21차례 개최된 남북 장관급 회담도 분기 단위로 개최된 정례 회담이었고, 수석대표는 통일부 장관이 맡았다.

이번 주 판문점 연락관 채널로 당국회담 대표단 명단을 교환할 때 우리 정부는 수석대표로 황 차관을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황 차관은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회담연락지원부장과 교류협력국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05년부터 3년간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북측 인사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국회담 대표단 명단 교환 이후 북측이 청와대 인사가 남측 수석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북측의 카드에 따라 외교부 출신인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나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수석대표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북측이 우리 정부가 차관급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는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급을 수석대표로 제시하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가 재차 대두할 여지도 있다.

북측이 제시할 당국회담 수석대표 후보로는 북한 대남라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맹경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등이 거론된다.

맹 부위원장은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에서 서기국 국장으로 승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장관급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전 부국장도 과거 남북 장관급 회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등 남북회담 경험이 많다.

지난해 2월 남북 고위급접촉 때 북측 대표로 당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회담한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역시 수석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원 부부장은 남북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대남통'이지만 올해 들어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국회담 대표단 규모는 3~5명 수준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은 회담일자인 11일에 거의 임박해서야 대표단의 명단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 의제는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당국회담 자리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중시하는 반면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우선시하는 등 양측의 견해차가 커 의제 조율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남과 북이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고받는 '빅딜'의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황철환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