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는 쇼핑 싫어"…달라지는 미국 블프 풍속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 최대 할인행사가 열리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 상점들의 파격세일과 백화점 출입문을 부술 기세로 달려들던 쇼핑객 열기가 이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쇼핑센터를 찾는 소비자 숫자가 줄어들고, 매출도 감소하는 추세다.

◆“원래 뜻 살려 추수감사절 연휴엔 쉬자”

26일 뉴욕타임스(NYT)는 LPL파이낸셜 자료를 인용, 지난해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미국 온라인업체가 집중 할인행사를 하는 추수감사절 연휴 뒤 첫 월요일)로 이어지는 쇼핑 기간에 미국 소매업체 매출이 510억달러로, 2012년 600억달러에서 2년 만에 15% 줄었다고 전했다. 미국소매협회(NRF)도 같은 기간 쇼핑객 숫자가 2억4744만명에서 2억3634만명으로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2억2790만명으로 3년 전보다 8%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소비자의 피로감을 지적했다. 업체들의 극심한 판매경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영업시간은 매년 앞당겨졌다. 새벽부터 일어나 싼 물건을 찾아다니고 밤새워 줄을 서야 하는 소비자가 ‘쇼핑 피로증’을 호소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LPL 관계자는 “점점 많은 소비자가 쇼핑에 시간과 돈을 쓰기보다 추수감사절 연휴 때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스파와 야구 등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노드스트롬과 TJ맥스, 코스트코, 마샬, 홈디포, 스테이플스 등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문을 열지만 추수감사절엔 영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아웃도어용품 전문점 REI는 연중 최대 쇼핑대목인 이 기간에 오히려 문을 닫고 종업원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아웃도어 전문점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마트가 영국에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세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쇼핑대목인 12월 매출에 타격을 주고, 혼잡한 쇼핑 광경으로 평판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도 원인

추수감사절 당일 쇼핑객 숫자가 줄었을 뿐 세일 기간이 앞당겨지고, 온라인·모바일 쇼핑으로 수요가 분산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소비 규모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일간 USA투데이는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연휴기간에 소비자 한 명당 평균 구매금액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369달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IBM이 미국 유통업체 웹사이트에 접속한 숫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 24일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 규모가 작년 대비 21% 늘었으며, 건당 주문금액도 135.2달러로 1년 전보다 5달러 증가했다고 전했다. 업체들이 연말 쇼핑고객을 잡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할인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은 이달 초부터 한 달간 이어지는 할인이벤트를 펼치고 있으며, 월마트 등 대형마트도 일찌감치 세일경쟁에 들어갔다. 월마트는 아마존에 맞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기있는 상품의 96%를 온라인에서도 판매 중이다. 그 결과 지난주까지 11월 매출이 작년보다 11.6% 증가했다.

NYT는 “미국인의 소비 행태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지 않고 1년 내내 꾸준하게 이어지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연중 상시할인이 일반화하면서 긴 줄을 서고도 품절돼 물건을 사지 못하고 돌아서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