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온 첫 제자…교직 보람 느꼈죠"
지난 5월29일 부산 개포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에 이병 계급장을 단 까까머리 군인이 들어섰다.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은 봉지를 한손에 든 채 거수경례를 하는 그를 보고 담임교사 이은정 씨는 깜짝 놀랐다. 이씨가 10년 전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휴가를 나오자마자 선생님을 만나러 왔다’며 2학년 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던 모습(사진)을 잊을 수 없다”며 “10년 전 제자와 지금의 제자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그때가 교직생활 중 가장 감격스럽고 마음 따뜻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연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지난 10월 한 달간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연 ‘사제동행 행복동행’ 행사에서 금상(1등)을 안았다. 그는 상품으로 받은 영화관람권 40장과 영화관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세트 20개로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갈 예정이다.

그는 “행사에 응모한 다른 선생님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보고 ‘내 사연이 채택될까’라고 생각했다”며 “훗날 아이들이 내 이름은 잊어도 ‘그때 우리 담임선생님 제자가 왔었지’ ‘그때 우리반이 다같이 영화 보러 갔었는데…’라고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행사는 교직원공제회가 6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한 ‘한국기금·자산운용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기획됐다. 2년 연속 대상 수상을 기념하고 상금을 뜻깊게 쓰자는 데 내부 의견을 모았다.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받은 상금과 교직원공제회 임직원 모금, 공제회 예산을 더해 비용을 마련했다. 총 152편의 응모작이 몰렸다.

이규택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가장 권위 있는 한국경제신문 기관평가에서 대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공제회 회원인 선생님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