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운전사에 협박당했다" vs "장난으로 얘기한 것"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이완구(65) 전 총리의 재판에서 그의 전직 운전기사와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가 증인으로 나와 사건 당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또는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이 전 총리의 공판에서 전 운전기사 윤모(44)씨는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완종을 '회장님'이라 부르는 사람과 대화한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사무실 안에는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있었고 누가 있었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안 나지만, 보통 수행원들이 '의원님'이란 호칭을 쓰는 것과 달리 '우리 회장님'이란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는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나는 동안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봤다는 취지다.

그는 앞서 사건 당일 오후 이 전 총리를 수행해 충남도청 개청식이 열린 충남 홍성군 내포에 다녀왔으며 부여 선거사무실 앞에 이 전 총리를 내려준 뒤 자신은 5분가량 차량 정리를 하고 선거사무실로 올라갔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그는 성 전 회장의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며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5∼6분간 대화하다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인 올해 4월 15일 이 전 총리의 비서가 다섯 차례 전화해 "그날 청양 선거사무실에 들렀다 오지 않았느냐"고 말을 맞추려는 듯한 질문을 거듭해 대답을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3월 초부터 3개월여간 이 전 총리의 기사로 일했다.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은 윤씨가 일을 그만둔 뒤 그의 아내가 이 전 총리 비서에게 생활고를 호소해 비서가 차용증을 써서 500만원을 줬으며 이후 윤씨가 이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협박하며 더 큰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윤씨는 "그런 말은 한 것은 맞지만, 장난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한모(61)씨는 사건 당일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이 충남도의원들과 공용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을 직접 봤으며 옆에 있던 모 도의원 소개로 성 전 회장에게 인사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한씨는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하는 것을 봤느냐'는 질문에 다른 일을 하러 나가느라 이후 상황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상자에 포장된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올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방현덕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