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재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일제히 추모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을 이끈 것은 물론 금융실명제 시행 등으로 경제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추도 논평을 내고 “김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 도입을 통해 한국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였고 국민이 자신감을 가지도록 했다”고 추모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며 “금융·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해 경제개혁을 이끌었고, 하나회 척결과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를 통해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에도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고 추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인은 오랜 기간 민주화를 위한 열정과 헌신을 통해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으며 금융실명제 도입, OECD 가입 등 경제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고인은 문민정부를 이끌며 지방자치제 도입,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등을 통해 한국이 선진 민주사회로 진일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그를 기렸다.

주요 종단 수장들도 일제히 애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애도문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었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켜 한국 사회에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추모했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김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의 정치적 핍박 속에 여러 차례 고난을 겪으면서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전 인생을 헌신했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민주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고인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가 꿈꾼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일제히 서울발 긴급기사로 타전했다. 외신들은 30여년에 걸친 군정(軍政)에 종지부를 찍은 ‘문민정부’의 대통령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야권 지도자로서의 정치 역정과 1993~1998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과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서거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으며, 금융실명제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을 처음 도입하는 등 반부패 개혁을 주도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CNN은 김 전 대통령이 온건 성향의 야당 지도자이자 민주화 운동의 대변자였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고인이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대통령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의 당선으로 30년 이상 이어진 군부독재가 막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김 전 대통령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으면서도 정치적 경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이르지 못해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패했으며, 이로 인해 비판도 받았다고 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사회의 투명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이룩하신 분”이라며 애도했다.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 재임기인 1996~1997년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현직이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민주화 운동을 하고 대통령이 된 분이어서 그 시대 한국에서 가장 필요하고 어울리는 대통령이었다”며 “마음으로부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서욱진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도쿄=서정환 특파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