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종각역 인근 대형 빌딩 ‘그랑서울’의 지하상가엔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있어 평일 점심시간이면 종로·광화문 일대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그런 이곳에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주부 두세 명이 함께 식사하는 광경이 최근 1~2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빌딩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건물에 입주한 GS건설의 임세정 홍보팀 차장은 “3~4년 전만 해도 어린 자녀 손을 잡은 주부들이 주중에 나타나면 다들 신기한 듯 쳐다봤는데 요즘엔 낯설지도 않다”고 말했다.

도심 업무지역 내 상가에 이른바 ‘유모차 부대’까지 등장한 것은 종로 광화문 등 서울 강북 도심과 가까운 동대문·마포·성동구 등에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진 것과 관련이 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낡은 주거지가 새 아파트 단지로 정비되면서 직주근접(職住近接)형 주택을 찾는 20~40대 젊은 중산층이 대거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젊어지는 서울 강북 도심권] 마포 인구 15% 늘 때 신생아 30% 급증…왕십리 평균연령 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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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낮아진 왕십리뉴타운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북쪽에 있는 왕십리동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주거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이었다. 동대문·종로·광화문 등 도심과 가깝고 성수대교를 건너면 바로 강남지역으로 이어지지만 낡은 주택과 지저분한 골목으로 기억되던 동네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 초 왕십리뉴타운 2구역, 올 4월엔 1구역 사업이 끝나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면서 이곳은 2800여가구의 새 아파트 단지 ‘텐즈힐’로 변했다. 내년 말 3구역 단지(센트라스) 2700여가구까지 입주하면 이곳은 5600여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왕십리도선동 주민 평균 연령이 최근 2년 새 성동구 17개동 중에서 유일하게 내려간 배경이다.

신영미 청계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84㎡ 아파트 매매가는 5억~7억원대,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 130만~180만원 선으로 높은 편이어서 장년층 원주민 상당수는 집을 팔거나 세를 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도심권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동대문 패션 타운 쪽에서 장사하는 젊은 층이 많이 입주했다”고 귀띔했다. 단지 내 상가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진성숙 씨도 “개업한 지 6개월 됐는데 젊은 엄마들이 많아 장사하기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 상가엔 커피숍, 아동복 판매점, 미용실, 마사지숍 및 네일숍, 소아과 등이 특히 많았다.

○재개발된 마포 출생아 수 30% 껑충

마포자이2차, 래미안 밤섬리베뉴1·2차, 래미안 마포리버웰,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이상 2014년 입주), 공덕파크자이, 공덕자이, e편한세상마포3차(이상 2015년 입주) 등 최근 2년 동안 8000여가구, 2010년부터 5년간 1만4000여가구가 새로 입주한 마포구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신생아 수도 증가했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공덕·대흥·용강 4개동의 인구는 지난달 말 현재 10만2184명으로 2013년 말 대비 15.4% 증가했다. 이에 비해 신생아 수는 급증했다. 2013년 11월~2014년 10월 4개동의 신생아는 863명이었으나 올해(2014년 11월~2015년 10월)에는 1122명으로 30%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왕십리뉴타운 일대도 인구는 2년 새 22.8% 늘었지만 출생아는 37.3% 증가했다. 전농·답십리 재정비촉진지구로 새 아파트가 공급된 답십리1,2동에서도 인구는 8.3%, 출생아는 18.2% 늘었다. 거주자 중 젊은 층 비율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도심이 상업·업무지역으로 변하면서 도심 속 주거지는 슬럼화되는 경향이 강했고 주민들도 쾌적한 외곽으로 이동해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빚어졌다”며 “그러나 도심권 주거지역이 재정비되면서 젊은 층과 함께 경제력을 갖춘 인구가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