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에 자리잡은 대구백화점 본점 건물.
대구 동성로에 자리잡은 대구백화점 본점 건물.
창립 71년째를 맞은 지역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유통가에서 화제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빅3’의 공세에 지방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아서다. 대구백화점이 지방 토종백화점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방 백화점업계는 ‘빅3’의 지방 진출이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부산의 태화·유나백화점, 광주의 화니·가든·송원백화점 등 지역 터줏대감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대구백화점과 함께 대구지역을 지켜오던 동아백화점도 2010년 이랜드에 넘어갔다.

물론 세월호·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전반적인 소비경기 침체의 여파를 대구백화점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500억원대로 한 해 전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매년 흑자 경영을 이어가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어려울때 공격경영…'지방 자존심' 대구백화점
생존 비결로는 ‘공격 경영’으로 ‘유통 공룡’들과 정면 승부를 벌인 점이 꼽힌다. 입점 매장에서 매출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는 ‘특약 매입’ 방식을 적용하는 일반적인 백화점과 달리, 대구백화점은 ‘직매입’ 방식을 도입했다. 2011년 현대백화점이 대구에 입성해 바람을 일으킨 직후인 2012년의 일이다. 직매입은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사들이는 미국식 백화점 운영기법이다. 직매입을 도입하자 큰 백화점으로 빠져나가던 브랜드들이 잔류를 선택했다. 또 백화점의 마진을 낮추며 상품 경쟁력을 유지했다. 매출이 회사의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한 직원들의 충성도도 더 높아졌다. 구정모 회장(사진)은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하는 미국식 백화점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 직수입도 공격 경영의 일환이다. 구 회장은 2012년 독일 핸드백 브랜드 브리(BREE)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잡화 프라텔리로세티와 의류 마리나야팅 등을 직수입했다. 최신 유행을 빠르게 소개하자 눈높이가 높아진 지역 소비자들도 대구백화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방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브리는 올 9월 현대백화점 경기 판교점에도 입점했다. 대구백화점은 이 같은 해외 브랜드 직매입 사업을 식품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전국 27개 지정 농장을 통해 공급하는 지역식품과 전국 백화점 중 가장 많은 즉석조리 코너가 ‘빅3’와 경쟁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꾸준한 지역 문화 투자도 경쟁력의 원천이란 평가다. 대백갤러리와 문화센터 공연장인 프라임홀은 미술관급 전시회를 연중 연다. 테마강좌가 900개에 달하고, 수시로 콘서트와 뮤지컬을 소개하는 점도 ‘충성 고객’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지역 문화 투자를 늘리며 향토기업의 역할을 해냈다.

1944년 대구상회를 모태로 출발한 대구백화점은 내년에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가 연면적 29만㎡의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백화점(9만9000㎡)을 열고 진출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신세계의 대구 진출은 또 한번의 위기이자 기회”라며 “아울렛 사업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구상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