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박원순 만나 문·안·박 공동지도체제 성사 주력
安측 "진정성·구체성 부족"…걷어차진 않은채 여론 수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 내홍 돌파구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카드를 던진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대표 주변 인사들로부터는 문 대표의 제안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수용 불가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즉각적 입장 표명 대신 장고(長考) 모드로 돌아선 상태여서 전격적인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18일 광주 강연에서 안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해 "백 번 옳은 얘기"라고 화답한 것은 안 전 대표의 당 혁신 제안과 고민을 충분히 수용한 것이라며 안 전 대표의 태도 변화를 희망하고 있다.

문 대표 측 인사는 19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혁신안에 대해 문 대표가 대답할 것을 계속 요구해 오지 않았나"며 "광주 강연은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혁신을 수용하겠다는 진심어린 답변을 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문·안·박 구상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길 기대하면서 문·안·박 성사를 위한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문 대표가 이날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청년구직수당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안 전 대표의 참여를 호소하기 위한 목적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간담회 직후 박 시장과 별도 티타임을 갖고 문·안·박 구상을 설명하면서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거부할 경우 문·박 두 사람만으로 출발하는 '개문발차'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지만, 측근 인사들 사이에서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기류가 강해 '마이웨이' 행보를 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도 공개 일정 없이 당 안팎의 인사를 접촉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생각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 부산간담회에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며 "어제 문 대표 말씀만으로 당이 본질적인 혁신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안 전 대표가 믿음을 못 갖는 것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 대표가 비주류의 문제제기를 '공천 요구'로 폄하하면서 정작 주류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비판받는 패권주의나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문 대표의 제안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구체성이나 절박성,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며 "지금 문 대표의 제안에 답변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총·대선 승리를 위한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연장선상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고민 지점이 문·안·박 구상 수용 여부가 아니라 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자신의 구상을 어떻게 '중대결단'에 담을지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당내 중재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것과 맞물려 상황에 따라 문 대표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금 전개되는 양상으로 볼 때 안 전 대표가 문·안·박 구상을 전격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미완의 후보단일화'로 끝난 2012년 대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측은 힘겨운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이던 중 안 전 대표의 대승적 양보로 단일화를 이뤘지만 이후 지원유세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흔쾌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단일화 시너지가 충분하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충분한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공동지도부를 구성해도 건전한 협력보다는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 나와 "지금같은 문 대표의 태도에 근거하면 문·안·박이 돼도 날마다 싸울 것"이라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없이 내 뜻대로 하겠다면 제대로 되겠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박수윤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