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특구, 핵 문제 해결 없이는 외자 유치 어려워
북한이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에 해당하는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마련,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과 2014년 총 19개의 중앙·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북한이 운영하는 황금평 등 5개 경제특구를 더하면 북한식 경제개발구역은 총 24개에 달한다. 모델은 권위주의적 계획경제에 실용주의 요소를 도입해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난 중국과 베트남이다. 하지만 황금평·위화도경제특구, 나진·선봉지구와 이미 한국의 투자가 진행된 금강산,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핵·미사일 위협으로 야기된 UN의 대북 제재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딴 ‘사회주의식 경제개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0년 사상 처음 대중연설에서 “인민이 허리띠 졸라매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특구도 ‘인민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던 김일성식 애민정책을 계승한 것이다. 2013년 발표된 북한의 지방 경제개발구 계획은 평양으로 집중된 발전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북한판 균형성장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방 경제개발구 개발 계획이 ‘현실적 목표’를 설정했고, 최소한의 투자 보호조치를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관광, 경공업 등으로 목표를 부여한 게 특징이다. 주된 벤치마킹 대상은 지방정부 주도의 경제특구 정책을 추진한 중국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마련해 제도를 정비했고, 대외경제성 경제개발지도국 산하 기관으로 각 도 인민위원회에 경제지대개발국을 설치했다.

북한은 그해 11월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 계획을 마련하면서 개발구당 최소 7000만달러에서 최대 2억4000만달러의 외자 유치 목표금액을 정했다.

투자가에 대한 일부 관세 면제 조치, 이윤 반출 혜택을 부여한 점도 권위주의적 북한 체제에선 파격으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에게 토지 임대 기간을 50년으로 부여한 것은 공단 투자의 최대 관건인 ‘지대’를 ‘0원’에 가깝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북한에는 미개발된 지하자원과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특구 중 유망지역으로 황금평·위화도경제특구, 압록강경제개발구, 청진경제개발구, 와우도수출가공구 등을 꼽는다. 인구 30만명이 넘는 배후도시가 있으면서 육로 항만 등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졌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관계 개선이 투자유치 조건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특구에서 발생할 건설 물량이 560억달러(약 6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투자가와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건설사엔 매력적 요인이다. 하지만 이 분석은 북한이 경제개발구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력, 교통, 수도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외화가 부족한 북한으로선 인프라 투자금을 마련하기 버겁다.

정부는 몇몇 프로젝트성 북·중, 북·러 합영 투자사를 제외하고는 외국 투자가의 북한 내 특구에 대한 직접 투자는 사실상 ‘0(제로)달러’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특구의 성패는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통한 제재 완화 등 ‘정치적 문제’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베트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 개방 사례에서 봤듯 국제사회의 지지,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방중으로 성사된 ‘핑퐁 외교’로, 베트남은 1995년 클린턴 행정부의 국교 정상화로 긴장 완화와 함께 경제개혁의 물꼬를 텄다.

안정적 사업과 투자회수를 보장하는 북한 당국의 자세변화도 필요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는 개성공단 상황을 보면 외국인들도 대북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