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F-X사업, 항공기 기술종속 벗어날 기회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의 추진 방향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인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2002년에 필요가 결정됐고 일곱 번의 개발 타당성 검토를 거쳐 체계 개발이 승인됐지만 개발 성공에 대한 우려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전투기 국내 개발은 필요한 것이고, 개발은 가능한 것일까. 현대의 전투기 개발은 국토방위를 기본으로 하지만 경제적 측면이 중요시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채택한 국제 공동개발은 성공할 경우 수출이 되는 방식이므로 생산물량 확보 등 경제적으로 매우 유리하다. T-50의 수출에서 볼 수 있듯이 전투기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를 중심으로 큰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개발비용과 위험성을 고려해 전투기 직구매를 선호하지만 F-15K에서 보듯이 구매비용 이상으로 소요되는 운용유지비용은 공군 예산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국내 개발 장비의 탑재 및 호환이 제한되는 등 작전운용 측면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면허 생산으로 도입한 KF-16 전투기의 성능개량 사업이 미국 정부와 제작사의 결정 지연으로 표류하는 현실과 한국형 전투기를 국내 독자 개발·운용할 경우 예상되는 운영 유지비 절감 및 국방에 필수적인 기술 자립을 고려할 때 전투기의 국내 개발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개발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년 전 T-50 초음속 훈련기 체계 개발을 준비할 당시에도 초음속 공격 능력을 갖춘 군용기를 개발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2조원의 개발비를 투입했고, 지금은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현재의 국내 전투기 핵심기술 수준은 어떤가. 중간급 전투기 개발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CTE) 64개를 도출해 미보유 및 해외 기술지원 필요 기술을 식별했으며, 이 중 21개 항목은 F-X 3차사업의 절충교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게 됐다. 그러나 에이사(AESA) 레이더 통합기술 등 네 개 기술의 이전이 승인되지 않아 국내 독자개발이나 제3국을 통한 기술 확보가 필요하게 됐다.

논란의 핵심인 AESA 레이더는 공중전과 지상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장비로 ‘전투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06년부터 항공기용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응용연구에 착수해 송·수신기 등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을 확장하기 위한 1단계 시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예정된 2단계 개발을 2021년까지 조기 완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등 부족 기술은 제3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민간 항공기뿐만 아니라 전투기도 국제 공동개발, 협력개발이 보편적인 개발방식이며 각국은 개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레이더 관련 국가 간 기술 협력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F-35는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국제 공동개발로 진행되고 있고 미국조차도 순수 자국 기술로만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

KT-1, T-50, F/A-50, 수리온 헬기 개발 등을 통해 쌓은 기술력과 기술인력, 국내 및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전투기 시장 등을 감안하면 한국형 전투기의 성공적 개발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항공기 기술 종속을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재우 < 건국대 항공우주공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