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방식
취업 시즌이다. 직장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지면서 청년 구직자들은 ‘어디라도 합격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선 ‘이 직장이 과연 나에게 맞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자율성, 자기발전 기회 등을 높이 사 외국계 회사를 선호하는 젊은이도 많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필자도 많은 시간을 외국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한국과 외국의 기업문화를 모두 경험하게 됐고,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극복하기 힘든 차이는 언어보단 일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 사람이 크게 늘면서 겉으로 보기엔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이 달라 오해를 낳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도 일하는 방식은 서양식이다.

많은 한국 기업에선 맡겨진 일을 되도록 빨리 시작해 조용히 처리하고, 결과를 상사에게 보고하는 게 미덕이다. 혼자 묵묵히 일하지 않고 많은 사람과 공유한다거나, 본인이 하는 일을 떠벌리면 자칫 잘난 체한다고 눈총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은 그 반대다. 업무를 맡으면 먼저 그 일의 배경과 목표, 일정, 필요한 자원 등을 정리해 주변에 공유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해당 업무 관계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계획을 조정하고, 또 진행 상황을 계속 공유해 나간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사전에 명확히 합의하고, 생각을 맞춰가며 일하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가 더 좋으냐, 아니냐에 대해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회사는 옷과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듯, 남들이 좋다는 회사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힘들 수 있다. 또 지금은 맞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옷이 변하거나, 몸이 변해 불편해질 수도 있다. 스스로 맞는 직장을 잘 고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젠 한국인끼리만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일상화됐다. 외국인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번거롭더라도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함께 한 발자국씩 나아가야 한다.

박종복 < 한국SC은행장 jongbok.park@s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