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독립' 반대는 양안관계 쇠말뚝"…'성과없다'는 반대여론도 의식한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역사적인 첫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 관영매체들이 대만의 '독립노선'에 강한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8일 밤 인터넷판에 게재한 기사에서 시 주석과 마 총통이 이번 만남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인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기로 했고 '대만 독립 반대'를 확인했다며 "이것은 미래 양안 관계에 박힌 하나의 쇠말뚝"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만의 그 어떤 정당도 대만독립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 '대만 독립'은 출로가 없고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지난 7일과 8일 잇달아 사설을 통해 '시마회'의 가장 큰 성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내년 1월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대선후보를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이 신문은 또 "대만의 새 정권이 '92공식'을 무시하면 양안 관계는 필연적으로 후퇴할 것"이라며 대만 유권자들은 차이잉원이 '92공식'을 인정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특히 차이 후보가 이번 정상회담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그녀의 주장을 마 총통의 기자회견장에서 돌출 행동을 한 대만의 여성 정치평론가 저우위커우(周玉구<초두머리 아래 寇>·62)의 '비명'에 빗대기도 했다.

지난해 말 마 총통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을 제기하기도 했던 저우위커우는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권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0여 차례 날카로운 고성을 지르며 질문공세를 펼쳤다.

인민일보는 이날 양안 지도자의 역사적인 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잡아끌었지만 "그중에는 일부 다른 목소리도 섞여 있다"며 이번 회담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이 신문은 "임기 말에 있는 마잉주와 만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민진당이 집권하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 등의 목소리가 있다고 거론한 뒤 "(두 정상이) 비록 합의문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공동인식을 달성했다.

'92공식'을 굳게 지키고 공동의 정치적 기초를 공고히 했다"고 반박했다.

또 양안이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롄잔(連戰) 당시 국민당 주석 간 첫 국공 수뇌회담으로 관계 개선을 가로막은 '얼음'을 깼지만, 최고지도자의 만남은 여전히 금지구역으로 남아 있었다며 "만사는 시작이 어려운 것으로 '한 번'은 곧 '두 번'을 뜻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시마회' 결과를 대서특필했던 신경보(新京報), 경화시보(京華時報) 등의 대내매체와 차이나데일리 등 대외매체는 9일자 지면에서는 이 소식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이는 정상 대 정상 자격으로 이뤄진 이번 회동으로 중국이 '대만정부'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중국 당국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