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간과 돈이 부족하고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느끼며 집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며 다양한 욕구를 싸게 충족하려고 한다. ‘사는 공간’에 관심을 두고 집안을 가꾸는 사람도 많아진다.”
내년 키워드 집…"시간·돈 없어 쇼핑·취미 집에서 해결"
110만여명의 소비자패널을 보유한 국내 1위 온라인 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망한 내년 한국 사회의 트렌드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소비자패널 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간한 《2016 대한민국 트렌드》(최인수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사 펴냄)에서 내년을 지배할 중장기적 트렌드로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주목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한국 사회와 소비의 큰 흐름을 읽기 위해 현재 소비자의 감정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했다. 올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1%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77.1%는 ‘일상생활에서 불안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조사보다 시간 부족과 일상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각각 3~4%포인트 올라갔다. 응답자 중 69.2%가 ‘나의 현재 경제적 수준에 대해 불안하다’고 했고, 53.4%는 ‘작년에 비해 올해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내년 키워드 집…"시간·돈 없어 쇼핑·취미 집에서 해결"
이에 따라 집이 새로운 대안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집의 투자가치보다 활용가치에 더 주목하게 된 것.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9%는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람도 56.9%에 달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작년보다 늘었다는 사람(23.8%)이 줄었다는 사람(19.4%)보다 많았다.

집에 머무는 체감 시간이 늘면서 집안 내부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집에서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커피, 술, 음식 등을 좀 더 갖춰 먹으려고 한다는 것. 응답자 10명 중 7~8명은 ‘집에서도 커피나 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앞으로 집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은 활동은 ‘조립이나 악기 연주 등 취미생활’(40.6%)이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이런 ‘집의 재발견’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며 간단한 ‘DIY(do-it-yourself)’ 가구나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인테리어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음식을 비롯한 각종 배달 서비스가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서적 허기를 달래기 위한 ‘집밥’의 유행,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도 같은 맥락의 현상으로 분석됐다.

불안감과 만성적인 시간 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은 타인과 사회보다 자신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상품이라면 다소 비싸도 과감하게 구매하는 ‘가치 소비’ 경향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성인 2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5.1%가 가치 소비를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연령이 낮고 가구 구성원 수가 적을수록 가치 소비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가치 소비 품목은 여행, 음식·먹거리, 의류, 패션잡화, 화장품, 전자제품, 공연 관람 순으로 많았다. 소비자가 불안해하면서도 서로 연대하지 않고 경쟁하는 탓에 자기계발의 유행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개인의 기호나 취향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맞춤 추천’을 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더욱 각광받을 분야다. 관련 조사(성인 2000명)에서 소비자 10명 중 6명은 ‘큐레이션 서비스로 선택이나 결정이 한결 편하다’고 생각했다. 또 10명 중 4명은 온라인·모바일 쇼핑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 중 61.4%가 추천 상품을 구매했다. 최인수 마크로밀엠브레인 대표는 “시간과 돈 등 부족한 자원을 자기계발, 가치 소비 등 최대한 ‘자신의 경험’을 쌓는 데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