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 부산에서 열린 행사 모습. (앞줄 왼쪽부터 차례로) 아소 유타카 큐슈경제연합회장, 기시모토 요시오 큐슈경제산업국장,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이상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 한일경제협회 제공
3~5일 부산에서 열린 행사 모습. (앞줄 왼쪽부터 차례로) 아소 유타카 큐슈경제연합회장, 기시모토 요시오 큐슈경제산업국장,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이상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 한일경제협회 제공
[ 김봉구 기자 ] “보통 파나소닉은 전자업체라고 생각하죠. 요양사업을 한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을 겁니다. 사실 파나소닉은 18년째 요양보호 사업을 하고 있어요. 고령화된 일본 사회의 수요를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제22회 한·일(큐슈)경제교류회의가 열린 3일 오후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 동시통역기를 통해 들려오는 발표 내용에 집중하던 120여명의 청중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파나소닉은 소니, 히타치 등과 함께 일본 전자업체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파나소닉의 헬스케어 사업 자체가 생소한 터에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흘렀다는 데 놀란 반응이었다.

발표를 맡은 사이토 히로유키 파나소닉 에코솔루션즈사 에이지 프리(AGE FREE) 비즈니스 유닛 사업추진부장은 “파나소닉은 제조사라 요양사업도 관련 기기나 용품만 만들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제품뿐 아니라 재택 서비스, 요양보호 숍 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토 부장은 “2000년 일본이 요양보호 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라이팅·에너지시스템·하우징시스템사업부, 파나소닉 에코시스템즈의 4개 영역 직원 2600여명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개별 수요에 맞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고령자용 주택, ‘숏스테이’가 가능한 요양보호 서비스센터가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제품 생산에 머물지 않고 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 점이 눈에 띈다. 집안의 손잡이나 난간을 노인들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식이다. 도우미를 부르면 직접 찾아가 방문간호·입욕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연 매출 300억엔(약 2800억원) 수준으로 실적이 상당하다. 지난해 주택 2만9000여곳을 리폼(개조)했다. 노인층 요양보호 맞춤형으로 집을 고치는 것이다. 요양용품 렌탈(대여) 서비스도 연간 약 7만50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26.8%인 일본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30년엔 31.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용품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입욕 그립, 개인용 화장실 좌락 샤워포트 같은 간단한 입욕·배설용품부터 전동침대나 휠체어가 분리되는 요양 어시스트 베드, 샴푸로봇까지 다양하다. 연구개발(R&D)을 마치는 대로 자립지원형 간호로봇, 기립보행 어시스트 로봇, 팔 재활지원 슈트 등도 선보이고 있다.

사이토 부장은 “파나소닉의 강점인 기술력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우선 요양산업 분야 로봇과 선진기기 연구개발(R&D)에 힘 쏟겠다”며 “일본이 앞서 고령화사회가 된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령복지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하는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한경 DB
강연하는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한경 DB
3~5일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양국간 경제교류회의는 글로벌 헬스케어 협력모델 개발을 세부 의제로 정했다. 의료비 부담이 높은 큐슈 지역 특성이 감안됐다. 작년 기준 1인당 실질 의료비 상위 도도부현(일본 행정구역) 10곳 중 5곳(후쿠오카·나가사키·사가·가고시마·오이타현)이 큐슈 지방에 있다.

아리에 카츠토시 큐슈 헬스케어산업 추진협의회장은 “일본에서도 큐슈의 인구 감소 속도가 특히 빠르다. 고령화율 역시 상승해 2040년엔 노년층이 3명 중 1명꼴(36.4%)이 될 것”이라며 “건강하게 노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명’ 연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수명 연장의 관건은 생활습관병 치료와 예방이다. 젊을 때의 폭식, 과음, 염분 과다섭취 같은 습관이 축적돼 나이가 들면 당뇨, 고혈압 등이 발병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무알콜 맥주 같은 산업이나 시장이 만들어지면 건강수명 연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헬스케어 산업 창출을 위해 2013년 협의회가 설립됐다”고 귀띔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브랜드화’할 정도로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전문가 관측도 나왔다. 성향 변화에 따라 노년층이 고급화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찾고 있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또 다른 요인은 해외 의료관광 수요의 폭발적 증가다.

한국 측 기조강연자로 나선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자녀의존적 성향이 강했던 기존 노년층과 달리 새로 노년층에 진입하는 세대는 축적된 자산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성향을 띤다”면서 “적정 수준 의료서비스를 찾던 노년층이 자신에게 맞춰진 고급 서비스를 추구하면서 독립적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2010년대 들어 의료 국경이 파괴되고 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3세대 의료관광’ 형태로 성장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실버산업 △웰빙산업 △의료서비스산업을 하나로 묶은 미래 건강서비스산업으로 진화 중”이라며 “한일 양국을 벨트화해 크루즈로 오갈 수 있는 관광인프라를 개발하는 등 공동 전략사업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말하는 이상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 한일경제협회 제공
인사말하는 이상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 한일경제협회 제공
이번 회의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큐슈경제산업국이 공동주최하고 양국에서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국 측)과 큐슈경제국제화추진기구(일본 측)가 주관했다.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일 양국이 함께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헬스케어는 발전 여지가 큰 산업”이라며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양국의 협력모델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도 인사말에서 “양국의 이번 논의가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4일엔 경제교류회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양국 기업간 비즈니스 교류 촉진을 장려하는 한·일(큐슈)비즈니스상담회, 선진기기상담회도 열렸다. 국내 37개 기업이 큐슈 지역 기업과의 1:1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 청년들의 일본 기업 취업상담회도 개최됐다. 산업부 요청에 일본 큐슈경제연합회와 지역상공회의소가 협조해 큐슈 소재 기업 17개사가 참여했다.

☞ 일자리 부족 韓청년, 일손 구하는 日기업 'Win-Win'

부산=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