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조건을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33)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은 항상 꿔왔다"며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라서 올해가 아니면 도전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대호는 3일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에서 귀국 및 거취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구단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일본 정상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대호는 일본 진출 4년 만인 올해 개인 최다인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일본시리즈에서는 5경기 중 3경기에서 결승타를 날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대호는 포지션이 같은 1루수인데다 파워 히터라는 점에서도 같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또 한 명의 한국프로야구 거포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와 일정이 겹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박병호가 나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반대 상황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같이 좋은 팀에 가서 미국에서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나흘 전까지는 일본시리즈 우승만 생각했다"는 이대호는 불과 이틀 전인 1일 에이전트 측과 상의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고 소개했다.

그는 "프로는 돈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지만 메이저리그 계약 금액이 일본에서 받은 것보다 훨씬 적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며 "야구 선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어느 팀이든지 제가 시합을 뛸 수 있고, 필요로 한다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 올 시즌 어떻게 평가하나.

▲ 2년 연속 우승하고 돌아와서 기쁘고, 팀이 우승하는데 일조해서 매우 기쁘다.

작년에 야구를 하면서 처음 우승했는데, 사실 조연 같은 역할이라서 우승하고도 마음 한쪽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년에는 우승하는데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우승도 하고 MVP까지 돼서 기쁘다.

-- 안정된 조건을 포기하고 도전을 선택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은.
▲ 개인적으로 제 꿈이 항상 메이저리그였고, 제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족과 많은 얘기를 했다.

가장이니까 가장을 믿고 따르겠다고 해서 결정하게 됐다.

-- 소프트뱅크와는 결별인지.
▲계약상으로는 내년까지 돼 있는데, 소프트뱅크에서 많은 옵션이 있었다.

제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고, 그래서 메이저리그를 두드릴 수 있게 됐다.

만약 안되면 저는 소프트뱅크를 원하고 있다.

-- 메이저리그에 가게 되면 더 적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 프로는 돈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지만 저는 꿈이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에 제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노력해서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줄 자신이 있기 때문에 도전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 포지션은 어디가 편한지
▲ 개인적으로는 1루수 또는 지명타자가 편하지만 제가 갈 수 있는 팀에서 원한다면 수비 연습을 많이 해서 구단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언제 결단을 내렸고, 구단에는 언제 통보했는지.
▲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일본 진출할 때부터 미국은 생각하고 있었다.

여의치 않았다.

나흘 전까지는 팀 우승만 생각했다.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제가 처한 상황을 먼저 생각했다.

정확하게 결정을 내린 것은 그저께 정도였다.

에이전트와 얘기를 하면서 확신을 내렸다.

-- 미국 쪽 에이전트와 언제 계약을 했고,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 MVP스포츠그룹이라는 에이전시는 이름도 있고, 명성도 있다.

8월에 앞선 에이전트와 결별한 것은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었는데, 그때는 이런 생각 못했다.

제가 꿈을 접을 수는 없는 나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됐던 것 같다.

-- 일본에서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메이저리그에 가면 어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 일단은 일본에 있으면서 타율은 많이 떨어졌지만 일본 투수들이 워낙 변화구를 많이 던지기 때문에 한국에서보다는 많이 참으려고 했다.

미국은 승부를 많이 하는 야구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다시 야구를 배운다는 자세로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 박병호와 일정이 겹치게 됐는데.
▲ 저는 박병호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잘 치는 선수고, 후배로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둘 다 나왔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좋은 팀에 가서 미국에서 결과를 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제가 나왔다고 박병호가 피해를 본다거나 반대 상황은 없다고 생각한다.

-- 계약 조건이 좋지 않아도 갈 것인지.
▲ 야구 선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것이 행복하다.

어느 팀이든지 제가 시합을 뛸 수 있고, 필요로 한다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미국에서 가고 싶은 리그나 팀이 있는지. 추신수나 강정호와 상의했는지.
▲ 가고 싶은 팀은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다.

결정 내린 건 불과 이틀 됐다.

강정호나 추신수에게 조언 등의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

만약 결정이 나면 추신수한테 연락하든지 강정호에게 연락해서 제게 도움이 된다면 조언을 많이 듣고 싶다.

-- 소프트뱅크로부터 어떤 계약 조건을 맺었는지.
▲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제가 일본에 남는다면 다른 팀 생각하지 않고 소프트뱅크일 것이다.

--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서 성공했다.

전혀 다른 행로를 걷게 될 것 같은데.
▲ 저는 추신수 선수를 어릴 때부터 봐왔다.

근성이 있어서 성공하리라 생각했다.

(추)신수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마이너리그부터 말도 잘 안 통하는 환경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저도 한국에서 고생했고, 일본까지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

미국 야구도 결국은 야구이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에서 배운 것을 펼쳐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다.

--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서 이대호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저에게만 신경 쓰시다가는 후회하실 것이다.

좋은 후배들이 많다.

솔직히 지는 것은 싫다.

이기고 싶다.

-- FA로 추진하는데 일정이 복잡할 것 같은데
▲ 일본시리즈 마치고 쉬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원하는 곳도 있고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국제대회(프리미어 12) 끝내고 와서 푹 쉬고 오도록 하겠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면 대표팀에 합류해서 유니폼 입으면 야구에만 신경 쓸 것이다.

좋은 에이전트를 만났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주시으리라 생각한다.

저는 야구에만 집중하겠다.

-- 롯데 복귀설이 한때 나오기도 했는데
▲ 이래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추측성 기사가 나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없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롯데 간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고, 금시초문이다.

-- 소프트뱅크에 한마디 해달라
▲ 2년 동안 너무 행복했다.

소프트뱅크 팬들의 열정과 후쿠오카 시민의 사랑, 프런트의 지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다.

일본에서 외로울 때 안 되는 일본어로 대화하는 저에게 먼저 한국어를 공부해서 다가와 준 동료도 고맙다.

우승이 목표라서 소프트뱅크를 선택했는데, 우승해서 너무나 기뻤다.

--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 거취가 결정되면 그때 말씀드리겠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