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軍위안부 문제 첫 '의지표명'…일본 여론 변화 주목
박 대통령 '올해 안 해결' 주문 의식…인도적·도의적 해결책 모색 가능성
'법적책임 인정' 의미는 아닌 듯…인식 차 여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언급함으로써 문제 해결 의지를 사실상 처음으로 천명했다.

그간 아베 정권 핵심 인사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했는데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마무리되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전제로 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양국 합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조기 타결'이라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시한을 못박지는 않았으나 "올해가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라고 언급한 것은 올해 안에 이 문제가 타결되기를 바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 부응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발언은 그간 일본 정부가 유지해 온 '해결 완료' 주장을 뒤집는 수준으로 나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는 1965년 협정으로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 등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후 처리 전반과 관련돼 있으며 아베 총리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일본의 입장"이라고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한국 헌법재판소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 규정한 청구권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한국과 일본 간에 해석 차이가 존재하므로 이는 협정이 규정한 분쟁'이라며 해결이 완료됐다는 주장을 2011년 8월 배척했다.

위안부 문제를 조기 타결하겠다는 아베 총리 발언은 "필설(筆舌)로 다하기 어려운 괴로움을 겪은 분들을 생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아베 총리, 2015년 2월 참의원 본회의 발언) 인식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역대 일본 내각이 아시아여성기금 등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사업을 하면서 명분으로 삼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청구권 협정에 따른 '해결'과는 별개로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 표명에 가깝다는 것이다.

2일 정상회담에서 인식의 완전한 전환이나 구체적인 해결책, 피해자에 대한 사죄 방침 등 극적 타결에는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이 단독회담 시간까지 연장하며 충분히 대화했는데도 구체적인 결과물 대신 '조기 타결' 노력이라는 추상적인 합의에 그친 것은 그만큼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간의 경과를 고려하면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이 방향성에 합의한 만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분기점이 마련된 셈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일본 정국 당국자는 위안부 문제가 외교 당국 국장이 여러 번 만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과 방향을 수뇌(首腦)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시아여성기금 전무이사를 지냈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때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밝힌다면 그것은 결정적인 전환"이라고 했는데 양측이 이에 가까운 합의를 내놓은 셈이다.

양국 정상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조기 타결'을 목표로 내건 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수·우익 세력의 흑색선전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내에서는 이미 해결된 문제를 한국이 다시 꺼내 일본을 비방한다는 주장이 보수·우익 세력 사이에서 크게 확산해 있으며 이것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