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정유화학株, 진짜 실적주 맞아?…증권가 반응 미지근
'갈림길에 선 실적' '주춤한 실적이 이정도면…'

'폭풍전야' '3분기 바닥으로 점진적 개선'


최근 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을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의 제목들이다. 이들 종목을 3분기 실적주(株)로 꼽는 금융투자업계 최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은 이들 종목을 포함한 국내 정유·화학주가 올 3분기 예년보다는 개선된 성적을 내놓겠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못 미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가·정제마진 동반 하락…정유사업 '적자' 예고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2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51억원. 이는 전년 동기보다 170% 늘어난 수준이며, 최근 4년래 분기 최대치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전년 동기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 발생한 기저효과에 따른 호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정유·화학주는 악화된 수급 환경 속에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 때문에 정유·화학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최근 두달 동안 롯데케미칼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요지부동'이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GS 등 정유주 3인방은 오히려 목표주가가 하향되는 추세다.

전분기 대비 현저히 떨어진 실적 성장세 탓이다. 앞서 증권업계는 2분기 정유·화학주의 '깜짝 호실적' 발표 직후 하반기 실적 둔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당시 국제 유가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유가 하락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체들은 3분기 정유 사업 부문이 대부분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3분기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9달러로 2분기 60달러 대비 11달러 하락했다. 이에 지난해 정유업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재고평가손실이 또 다시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유업체의 수익성 척도로 여겨지는 정제 마진(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차이)도 계절적 비수기와 부진한 수요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떨어졌다. 정제 마진은 2분기 평균 배럴당 10.5달러에서 3분기 3.2달러로 하락했다. 지난 7월에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정유업체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켰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정유 사업부문의 급격한 이익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를 반영할 때 3분기는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손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을 2060억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1% 증가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79% 감소한 수치다.

◆화학株, 힘든 3분기…롯데케미칼 '어닝 쇼크' 가능성도

화학업종의 경우 3분기 최악의 영업 환경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 지연으로 대부분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격-원재료가격)가 하락했고, 역내 정기보수 효과도 사라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제품 수요 역시 위축됐다.

특히 2분기 깜짝 호실적을 이끌었던 업스트림(중간 원료제품) 제품의 스프레드가 3분기 급격히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업스트림 제품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스프레드는 현재 2분기 평균 대비 각각 45%, 85% 쪼그라든 상태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스프레드 하락에도 시장은 다시 실적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낙관적 전망은 시기 상조"라며 "제품 스프레드의 반등 가능성이 매우 낮아 화학주의 하반기와 내년 실적 추정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는 3분기 어닝 쇼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0% 감소할 2570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업스트림 스프레드 조정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컨센서스를 30% 넘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