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 FTA, 연내 발효 절실하다
무역 1조달러 시대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달성됐다. 세계에서 여덟 번째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무역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수출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년 대비 5% 선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우울하게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수출은 올 들어 8월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월말에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에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수출을 늘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중국은 미국 일본을 제치고 수출입 모두 제1위 대상 국가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무역 여건도 양호한 중국과의 교역량을 늘려 가는 것은 한국 경제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시장 환경 때문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게 됐고, 한중 FTA 비준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중 FTA로 인해 한국 상품의 대(對)중국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하다. 수출을 늘리는 데 중요한 것은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수출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필자는 이것을 ‘수출지원 간접자본(export support overhead capital)’이라고 부르고 싶다.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절차를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며칠 전 한국과 중국은 무역기술장벽 제거를 통해 한중 간 상품 수출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세 가지 중요한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바로 ‘소비자제품 안전협력 약정’ ‘적합성평가 상호 인정 협력프로그램 작업절차 약정’ ‘전기전자제품 적합성평가 협력 약정’이 그것이다. 이를 쉽게 말하자면 중국 내에서 팔리는 전자제품에 부착해야 하는 품질인증마크(CCC)를 중국 현지가 아니라 한국의 인증업체가 한국에서 마크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면 수출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성적서 상호인정 방법은 우리 시험 인증기관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의 상호인정에서도 활용해 온 것으로, 중국에도 이와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돼 한국 기업의 수출 애로를 개선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중 FTA 비준을 기다리며 중국으로의 수출 확대를 꿈꾸는 기업들에는 좋은 소식이라 하겠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기업들이 이 제도를 좀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수출 증가를 이뤄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면한 국가적 과제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 실행에서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중국과 맺은 ‘수출지원 간접자본’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한중 FTA의 조속한 비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중 FTA가 조속히 비준되고, 중국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 무역 1조달러 시대를 계속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수원 < 무역투자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