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9일(현지시간) 회동했다.

두 정상은 비공개 만남을 통해 국교 회복에 도움을 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쿠바와 미국을 방문한 얘기와 함께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한 추가 조치들을 논의했다고 백악관 측 발표를 인용해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와 외신 등이 보도했다.

둘은 회담에 앞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이 취한 일련의 규제 완화로 미국인의 쿠바 여행이 늘고 미국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의 인권 상황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은 두 정상이 회동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활용해 궁극적으로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를 해제하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봉쇄 해제 문제에는 지금까지 다소 제한적인 범위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관타나모의 미국 해군 기지 반환과 함께 경제 봉쇄 해제를 거듭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50여 년간 행한 미국의 대 쿠바 정책은 쿠바인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미국 의회가 어쩔 수 없이 경제 봉쇄 해제를 승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둘은 2013년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 때 참석해 처음으로 짧게 대면하면서 악수를 했고, 지난 4월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총회에서 역사적인 첫 회담을 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해 12월 외교 관계 복원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지난 7월 양국 수도에 54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