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윤병준 잡코리아 대표 "40대 후반에 경력 궤도수정, 끊임없는 호기심 때문"
1992년 윤병준 잡코리아 대표(47·사진)는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졸업을 앞두고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식품공학도였던 그에게 담당 교수는 편의점업체 취업을 권했다. 졸업을 앞두고 GS리테일(옛 LG유통)에 입사한 윤 대표의 주된 업무는 매장관리였다. 편의점 물건 진열과 청소, 고객을 상대하는 점장 일이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그는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사직서를 받아든 상사의 한마디에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상사는 “지금 맡고 있는 점포는 하루 평균 20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하루 3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라며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조언했다. 윤 대표는 “연매출 10억원인 편의점의 점장이라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일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중소기업 사장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똑같이 음료를 진열하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 일’이 아닌 ‘내 일’로 생각했다. 윤 대표는 이후 할인마트에서 전략 업무를 맡으며 사업기획력을 키웠다.

때마침 인터넷쇼핑 붐이 일자 윤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으로 눈을 돌렸다. “인터넷쇼핑은 매장이 따로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거죠. 거기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온라인쇼핑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이베이 옥션 서비스기획실장을 거쳐 NHN 지식쇼핑 실장, NHN 비즈니스 플랫폼 쇼핑영업센터 이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커머스N 대표, CJ오쇼핑 e사업본부 부사장을 지내며 인터넷 쇼핑몰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달 4일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파는 쇼핑몰 전문가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잡코리아 대표로 진로를 바꿨다.

윤 대표가 40대 후반에 ‘궤도 수정’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윤 대표는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는 “취업포털도 온라인쇼핑과 서비스 구조는 같다”며 “온라인쇼핑에선 상품을 판매하려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있다면, 취업포털은 좋은 인재를 구하려는 기업과 구직자가 있어 이 둘을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20대에 편의점 관리직으로 시작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윤 대표는 직원들에게 늘 ‘우문현답(우리의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한다. 그래서 잡코리아 대표가 된 이후에도 그는 1 대 1 직원 면담을 빼놓지 않는다. 그는 “해당 업무를 최전선에서 접하는 실무자가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해결책을 알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경영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게 CEO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