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사 요양병원 지관 스님 "불자들 위한 첫 '사찰 요양병원' 짓고 싶었죠"
“사람은 대개 아플 때 마음이 약해집니다. 노인들이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을 찾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불심이 깊은 어르신들이 갈 만한 요양병원은 타 종교에서 마련한 곳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신자들이 사찰 가까이에서 요양할 수 있는 시설을 짓자고 마음먹었죠.”

경기 김포에 있는 600년 전통사찰 용화사 안에 ‘보리수요양병원’을 세운 전 주지 지관 스님(사진)의 이야기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100세 시대의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지관 스님은 연로한 스님과 병마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요양병원을 사찰 안에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용화사가 전통사찰 보존구역이라 토지 용도변경 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리저리 뛰어다닌 끝에 지관 스님은 용화사 안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140여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완공했다. 국내 첫 사찰 내 요양병원이다. 기부금과 대출받은 80억원이 들어갔다.

지난 9일 개원한 요양병원에는 벌써 50여명의 환자가 찾아왔다. 불자뿐 아니라 지역민 사이에도 인기가 좋다. 지관 스님은 “어르신들이 공기 좋은 절에 매일 있을 수 있으니 정말 좋다고 한다”며 “환자 체질에 맞는 사찰음식을 먹고 명상수행도 해 마음의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관 스님은 사찰 안 요양병원이라는 특색을 살려 의료관광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관 스님은 “보리수요양병원을 치매 전문 요양병원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10년 뒤에는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절에서 생활하며 육체적·정신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