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균 증식을 억제하는 유산균이 든 발효유를 매일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균 증식을 억제하는 유산균이 든 발효유를 매일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위암은 국내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암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999~2012년 위암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61명에 달한다. 미국 영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 위암이 10위권 밖인 점을 고려하면 식생활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위암 원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균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을 위암 유발균으로 규정했다. 한국의 경우 20대 이상 성인의 70% 정도가 이 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을 위암 원인균과 함께하는 것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예방하는 것은 위암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사는 0.4~1.2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크기 나선 모양의 균이다. 위 점막의 점액층에 붙어살며 위세포를 망가뜨린다. 이 때문에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의 원인이 된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모든 사람이 위장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상태가 계속되면 만성 위염이 생길 수 있다. 위염이 생겨 위산이 적게 나오는 상태가 계속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위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최근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남성 암의 25.1%, 여성 암의 16.8%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 외부 감염 때문에 발생한다.

○헬리코박터균, 사람으로 전염

헬리코박터균은 사람 간 감염된다. 경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변 타액 구토물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은 없지만 집단생활을 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사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집단일수록 감염률이 높다.

유럽이나 미국은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장장애가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한다. 일본도 2013년부터 위암 환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헬리코박터균 보균자를 대상으로 제균 치료를 한다”는 치료 원칙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의 치료 대상과 방법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거나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하생이 있는 위암 고위험군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고 16세 이상 성인의 3분의 2가 감염됐다”며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위암 예방 위해 발효유 도움

위암은 조기 발견할 경우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따라서 정기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라면 1~2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아기에게 음식을 씹은 뒤 먹이거나 숟가락, 식기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습관은 삼가야 한다. 아이의 젖병을 미리 빨아 먹이는 등의 습관도 버려야 한다.

음식을 짜게 먹는 습관도 바꿔야 한다. 위암 판정을 받은 환자의 상당수는 염분 농도가 짙은 식사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식은 김치, 장아찌, 젓갈 등 소금에 절인 음식이 많아 염분이 많은 편이다.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위 점막이 상해 발암 물질에 취약해질 수 있다.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고춧가루 후추 겨자 등 자극적인 조미료는 궤양의 상처부위를 자극할 수 있어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알코올과 카페인 음료는 위산과 소화효소 분비를 자극해 위 건강에 좋지 않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위 점막 자극을 중화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양배추 마 바나나 홍삼 등은 위장 질환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유산균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다. 유산균은 자체 운동능력이 없어 쉽게 대변으로 배출될 수 있다. 따라서 유산균이 포함된 발효유를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2000년 서울대 내과교실 의료진은 헬리코박터균 보균자에게 한국야쿠르트의 윌을 먹도록 했더니 86%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 명은 헬리코박터균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같은 발효유의 효과는 ‘대한소화기학회지’ ‘헬리코박터’ 등 국내외 학술지에 소개됐다. 매일유업 ‘위편한 구트’, 건국우유 ‘Dr.위’, 일동후디스 ‘후디스케어3’ 등도 위 건강을 위한 기능성 발효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