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수 160명 '국정화' 반대 성명…정대협 수요시위서도 반대 발언
보수단체 "반(反)대한민국 교과서 막아 이념혼란 겪지 않게 해야"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고려대 역사계열·인문사회계열 전공 교수 160명은 16일 오전 서울캠퍼스 문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기틀을 파괴하고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며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독재 권력이 획일적인 역사를 가르치던 유신 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반민주적 행위이자, 국정화보다는 검인정제가 헌법 이념에 더 부합한다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11월12일 결정에서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국정보다 검인정·자유발행제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특히 국사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대 교수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현재 극소수 특수한 국가만 시행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교육에 정치 논리를 들이대지 말고 획일화한 시각을 미래 세대에게 주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이날 낮 12시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9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국사 국정화를 비판했다.

이 부대표는 "과거 한국은 정부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국정교과서로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으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껴왔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전하려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정부 방침 지지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서경석 목사를 공동대표로 출범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이날 오전 서울 동아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판되는 7종 한국사 교과서 중 5종은 계급투쟁 사관으로 기술된 반(反)대한민국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등학생들이 이념적 혼란을 겪지 않게 하려면 역사 교과서를 정부 책임 아래 국정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을 상대로 국정교과서 지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도 이날 오후 서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나선 서울대 역사 교수들은 좌편향됐다"며 이 교수들이 사퇴하고 강의도 폐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대 역사관련 교수 34명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채새롬 이효석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