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로 변한 저유가…수출주, 산유국 소비부진에 휘청
주식시장에 저유가 역풍이 거세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실물경제가 회복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러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원 수출국의 소비·투자 감소로 수출이 줄어 실적이 악화되면서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주가도 조정을 받고 있다.

○자원 수출국 침체 직격탄

악재로 변한 저유가…수출주, 산유국 소비부진에 휘청
수년째 배럴당 100~120달러를 오갔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작년 9월8일 배럴당 100달러가 무너진 뒤 지난 1월6일 이후 50달러(14일 45.55달러)를 밑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5개 국책연구원과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내고 유가 하락이 주요 제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후 흐름은 정반대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자동차 사용 증가로 판매가 늘 것이라던 자동차와 관련 부품기업(유가증권 상장사 기준)의 시가총액은 1년 전보다 22.87%, 연초보다는 8.25%(이하 15일 종가 기준)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에 비해 15.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 4.82%보다 훨씬 컸다.

악재로 변한 저유가…수출주, 산유국 소비부진에 휘청
유류비 절감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됐던 항공·해운 등 운송업 주가는 1년 전보다 3.82%, 연초에 비해 12.81% 떨어졌다. 조선·정보기술(IT)·가전 업종의 시가총액도 작년보다 각각 44.30%와 36.68% 줄어드는 등 주요 제조업체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자원 부국의 급격한 수요 감소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원 수출국들의 경기가 좋지 않아 저유가로 늘어난 수출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초 기대했던 ‘유가 하락→생산 원가 감소 및 제품 가격 하락→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의 고리가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유가는 ‘호재’ 아닌 ‘악재’

조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유국에 대한 플랜트 발주 감소 비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이익률이 감소하기 때문에 산유국의 해양 플랜트 발주가 줄어든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업계와 관련 전문가 사이에서 저유가가 호재가 아닌 악재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화학과 정유 등 에너지업종의 시가총액은 1년 전보다 각각 9.29%, 14.18% 늘었다. 싼 가격에 원유를 도입해 제품 공급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40.3%나 줄어드는 등 앞날이 밝지는 않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정유 섬유 가전 등 대부분의 업종이 저유가로 인해 수출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한 일부 국가의 경기 침체 여파가 예상보다 컸다”며 “관련 종목들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