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권사들이 '역발상 투자전략'을 잇따라 내놓았다.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급락세를 보였던 중국과 가격이 크게 내려간 일부 신흥국 증시에 대한 저가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들이다.

모건스탠리는 9월 리포트를 통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주식에 대해 '풀 하우스' 매수 신호가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풀 하우스는 다섯 개의 평가지표 모두 '매수 신호'를 뜻한다. 풀 하우스 매수 신호 이후 향후 12개월 주가의 역사적 평균 상승률은 25%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마켓워치는 4일 인터넷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근거로 중국 등 신흥국 주식을 살 시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블로거 티호 비르칸은 마켓워치에서 "주식 가치(밸류에이션)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2000년대 초의 닷컴 붕괴와 2008년 금융 위기 때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중국 H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비르칸은 "밸류에이션이 더 내려앉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요령 있는 역발상 투자자는 남들이 아직 공포에 떨 때가 기회임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증권사인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 주식이 최근 워낙 싸졌기 때문에 지금이 살 기회라고 투자자에게 권고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들도 이제 신흥시장 주식에 다시 관심을 둘 때라고 주장했다.

JP모건은 MSCI 신흥시장 지수의 PBR이 지난달 말 1.28로 내려가면서 금융 위기 때보다도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내에는 2001년(9·11 테러)과 1997∼1998년(아시아 외환 위기) 딱 두 차례 이처럼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티터링턴 JP모건 AM 신흥국 증시 투자책임자는 "신흥시장 주식 가치가 이처럼 주저앉은 것은 1989년 이후의 3%에 불과하다" 며 "더 떨어질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의 지난 30년 신흥시장 투자 경험으로 볼 때, 공포로 말미암은 투매는 언제나 투자 기회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흥시장이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견제도 여전하다.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및 베네수엘라에 대해 여전히 투자자의 회의적 시각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터키도 이들 국가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투자가 꺼려지는 신흥국이라고 P시그마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톰 베켓 투자책임자(CIO)가 FT에 말했다. 베켓 CIO는 "(많은 신흥시장 자산이)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싸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며 "투자 대상을 고르는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의 티터링턴은 신흥국 증시 회복을 3단계로 나누면서 떨어진 통화 가치의 회복, 경기 전망의 개선과 기업 수익성이 회복이 나타나는 시기를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