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한 유럽의 솅겐조약이 위협받고 있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유럽대륙으로 몰려드는 난민과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테러조직 탓이다. 벨기에는 국경 검문을 강화할 뜻을 밝혔고, 헝가리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는 중이다.

솅겐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1985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5개국 대표가 이곳에 모여 국경검문소 철폐와 자유로운 왕래를 약속하면서 솅겐조약이 시작됐다. 지금은 총 26개국이 가입한 ‘국경 없는 유럽’의 상징이다. 외국인도 한 국가에서 비자를 받으면 솅겐조약국 내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솅겐조약에 대한 불평이 각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토마스 데 마이치에레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20일 “독일이 솅겐조약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독일이 수용할 난민 수가 독일 인구의 1%에 해당하는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유럽 내 모든 국가가 골고루 난민을 수용해 최대 난민 수용국 독일의 부담을 낮춰주기를 바라고 있다.

검문 강화된 유럽 국경…위협받는 '솅겐조약'
이를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24일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출신 난민은 어느 나라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는지 상관없이 독일에 머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난민이 처음 발을 들여놓은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하도록 한 ‘더블린조약’을 내세워 난민 처리에 소극적인 영국 등을 압박한 것이다. 헝가리는 국경 175㎞에 4m 높이의 벽을 세우고 있다. 헝가리를 거쳐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부유한 나라로 들어가려는 난민이 하루 20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테러도 유럽 내 국경 강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 언론사에 대한 테러에 이어 이달 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고속열차에서 총기난사 테러가 시도되면서 국경 검문이 부활하고 있다. 벨기에는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승객의 신분과 짐을 검사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여권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한 솅겐조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솅겐조약은 유럽 교역량과 관광객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솅겐조약의 축소는 유럽 정치·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솅겐조약

유럽 국가들이 맺은 통행 자유 조약. 영국과 아일랜드 등을 제외한 유럽연합(EU) 국가와 노르웨이 스위스 등 비(非)EU 국가를 포함해 총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조약 가입국 국민들은 솅겐 비자를 발급받아 26개국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