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통한 대북억지 과시에 한반도 상황관리 '소기의 성과'
남북관계, 미·중정상회담 주요의제…일각선 '통남봉미' 우려도


4일째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현지시간) 극적 타결되자 워싱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남북간 군사적 대치과정에서 동맹인 한국을 확고히 지지했지만 상황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온 탓이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온지 불과 1시간만에 공식 환영논평을 내놓은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백악관과 내부 조율을 거친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북한이 타결한 합의내용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공조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틀'에 놓여있었다.

북한이 추가도발을 꾀할 경우 동맹인 한국과의 철저한 공조와 한·미 연합 방위자산을 토대로 단호하게 응징한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나왔다.

특히 미국은 20일 북한이 서부전선 포격도발을 감행한 이후 '확고한' 한국 방위공약을 누차 천명하면서 대북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현 국면이 추가적인 상황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화약고'와 같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동북아 역내의 안보질서를 현상유지하는데 주력해온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은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이 개입하는 상황을 만들고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관여로도 이어지면서 동북아 정세를 대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돼왔다.

여기에 중동지역에 군사력을 집중 투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동북아에서 또다른 군사적 개입을 시도할 '의지'나 '역량'이 부족한 점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초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선언하면서 신(新) 고립주의 기조에 따라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한다는 '오바마 독트린'을 천명한 바 있다.

게다가 다음 달 하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앞둔 점도 변수였다.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과 마찰을 빚거나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외교적 고려도 작용했다.

커비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오전 미국 CNN 방송에 나와 "남북한 양측이 주말을 거쳐 대화한 것은 고무적이었다"면서 "우리는 명백히 긴장이 완화되길 희망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으로서는 남북한의 합의 타결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억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굳이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내는 전략적 실리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거둔 협상 성과를 보면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반색할만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으로 남북한이 '대화무드'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반도발(發) 위기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현안'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 미국은 당분간 대화국면을 유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남북관계 이니셔티브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발의 악순환을 꾀하는 북한을 상대로 원칙있게 대응한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끊임없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온 중국과의 'G2(주요 2개국) 컨센서스'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하순 시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과는 대화하면서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우는 이른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일이 주도하는 대북압박과 제재의 '공조전선'에 균열을 내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와 범위를 둘러싼 한·미간의 조율이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