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경찰 24기동대 대원들이 형광냉감패드를 장착한 신형 조끼를 입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1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경찰 24기동대 대원들이 형광냉감패드를 장착한 신형 조끼를 입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올해 여름 낮 최고기온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전국의 경찰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 순찰 등 치안유지 활동에 전력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비밀병기’가 있다. 지난달부터 일선 경찰에 보급되기 시작한 형광냉감조끼다. 탈부착할 수 있는 냉감패드를 상온(15도)의 물에 담갔다가 조끼에 부착하면 4시간 동안 24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 준다. 이 조끼는 경찰청 경비과에서 1년여간 개발 끝에 자체 제작한 것이다. 경비과 관계자는 “‘무더위에 좀 더 쾌적하게 야외근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일선 경찰관들의 요청에 따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냉감조끼처럼 경찰에서 자체 제작한 장비들이 현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일선 경찰관의 편의성이 커진 것은 물론 관련 기술 이전으로 민간 기업의 매출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경찰청 경비과를 포함해 특수장비계, 디지털포렌식센터 등 자체 장비 개발에 나선 부서도 많다.

[경찰팀 리포트] 경찰이 개발한 장비, 치안현장이 즐겁다
냉감조끼·리프트 경광등 ‘히트’

경찰관을 위한 맞춤형 장비는 기능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내고 있다. 냉감조끼는 냉감 기능이 있는 데다 기존 조끼와 비교해도 연간 8000여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찰관 한 명에게 집회관리 및 교통지도 등 용도에 따라 조끼를 3~4개씩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냉감조끼는 등판의 표장만 바꿔 달면 돼 조끼 하나로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내 여성 경찰관으로 구성된 24기동대의 김애란 경장(26)은 “냉감조끼는 다양한 임무에 사용할 수 있어 간편한 데다 무더위에서도 시원하게 근무할 수 있어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냉감조끼 제작은 민간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경찰청은 기술만 개발하고 생산은 민간기업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냉감조끼를 생산하는 한 민간업체 대표는 “올해만 약 1만벌의 냉감조끼를 경찰청에 공급해 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특수장비계가 개발해 지난해 봄부터 현장에 보급하기 시작한 ‘리프트 경광등’은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에서도 채택한 히트상품이다. 순찰차에 장착하는 LED(발광다이오드) 장치로 뒤따르는 차량에 화살표를 띄워 방향을 지시하고 ‘음주단속 중’ 등 원하는 글자를 표시할 수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등에서 갑자기 늘어난 차량으로 혼잡한 교통을 정리하는 데 큰 효과를 냈다.

리프트 경광등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경찰에 200대 이상을 공급한 데 이어 추가로 700여대를 생산하고 있다. A사에서 기술을 확보한 셀프스타는 고속도로 2차사고 예방용으로 리프트 경광등 100대를 한국도로공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황영선 경찰청 특수장비계장은 “자체 제작한 장비들이 일선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포렌식센터가 지난해 8월 개발해 보급한 ‘폴안티스파이 앱’은 지금까지 90만명 이상이 내려받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앱은 스마트폰에 스파이앱이 설치돼 있는지 탐지해 삭제하는 기능을 갖췄다.

치안과학연구원 설립 추진 박차

2013년 이전만 해도 경찰은 자체 장비 개발을 시도하지 않았다. 예산을 지원받을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내에서 자체 장비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자 경찰청은 지난해 장비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경찰법 24조의 국가재정법과 관련한 조항을 개정해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 경찰청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약 22억원이다. 앞으로 5년간 179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자체 개발 장비를 계속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전담조직으로 치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서연석 경찰청 미래발전과장은 “중국만 해도 공안부에 수십여명 규모의 연구원 2곳을 두고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며 “치안과학연구원 설립을 위해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예산이 충분하지는 않은 만큼 필요에 따라 대학이나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기술 제휴를 할 계획이다. 서 과장은 “수사, 교통 등 경찰업무의 다양한 영역에서 장비 및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결과물에 대한 성과를 민간과 나누는 윈윈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