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에서 커피프랜차이즈로 성공신화를 이룬 김경호 대표와 만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시간이 돈'인 여의도 금융맨들은 점심시간  '슈퍼커피'를 먹기 위해 10여분간 줄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 진연수 기자
회사원에서 커피프랜차이즈로 성공신화를 이룬 김경호 대표와 만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시간이 돈'인 여의도 금융맨들은 점심시간 '슈퍼커피'를 먹기 위해 10여분간 줄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 진연수 기자
[김현진 기자] "로또 된 기분이냐고요? 대박은 맞지만 별 생각이 없어요. 매일 통장을 확인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평소엔 무덤덤하죠. 통장을 확인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돈이라는 것에 크게 욕심이 없지만 성공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여의도에서 이 카페를 모르면 간첩이다. 기자는 그 주인공인 '슈퍼커피' 김경호(43) 대표가 궁금했다. 그는 대표라는 직함에 맞지 않게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손님이 올 때마다 '어서오세요' 큰소리로 말하며 미소를 띄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매장을 47개까지 늘린 그야말로 '대박집 사장님'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가게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슈퍼커피'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섞은 카페라테에 오렌지를 썰어넣은 '오렌지비앙코'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의 쌉쌀함과 우유의 고소함에 오렌지 알갱이의 상큼함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하루에 수백개의 오렌지를 까고, 커피를 내리며 부조화스러운 두 재료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장시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메뉴가 '슈퍼커피'의 단골메뉴가 된 '오렌지 비앙코'입니다."

"억대 연봉 직장 때리치고 후회한 적 없어"

포털업체 콘텐츠 팀장이였던 그는 사표를 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지만 직장생활 내내 '사는게 힘들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다소 늦었지만 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다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곳이요. 2008년 가을 회사를 그만 둔 것은 이런 이유였죠."

김 대표는 퇴직금을 가지고 무작정 숙명여대 앞에 커피전문점을 차렸다. 하루에 10잔씩 먹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해 선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장사는 쉽지 않았다.

"장사를 해 본적이 있었어야죠. 직원도 없이 혼자 일을 하려니 만만치 않더군요. 카페라는 게 쉽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 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커피 맛으로 빨리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김 대표는 점점 단골 손님들이 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2010년 3월, 초기 자본 1억 원으로 6평짜리 '슈퍼커피' 1호점을 열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오픈 두 달만에 첫 달 대비 매출 2배를 올렸다. 현재는 20배에 달한다.

"홍보는 따로 하지 않아요. 손님들이 원하는 맛을 잡아내면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될 음료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실력없는 커피숍은 싫어요" 가맹 조건 1. 투잡 금지 2. 바리스타 자격증 필수
"실력없는 커피숍은 싫어요" 가맹 조건 1. 투잡 금지 2. 바리스타 자격증 필수
"다 포기하고 오세요" 백억대 자산가에 문전박대

장사가 잘 되자 여의도 증권맨들이 김 대표를 찾아와 가맹점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신 독특한 조건을 내걸었다. 이른바 '투잡(two job) 금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와요. 하루는 백억대 자산가가 자신의 건물에 가맹점을 내겠다며 왔더군요. 가끔 이렇게 돈만 들고 와서 가맹점을 내달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호하게 '돌아가세요'라고 말합니다. 기존 직장을 포기할 정도의 열정이 기본 조건이라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여의도 증권맨부터 삼성맨들까지 사표를 던지고 와서 '슈퍼커피' 가맹점을 차렸다. 그는 '커피숍이나 차리자'는 생각으로 성급하게 개업하는 자세는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가맹점을 내기 위해 1억 이상 투자하는 마음을 잘 알기에 수익을 최대로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기 위해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실제 지금까지 1400여명이 문의를 해왔지만 조건들을 잘 지킨 47곳에만 가게를 내줬죠."

김 대표는 최근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슈퍼 플레이트'를 론칭했다. 삼고초려 끝에 호텔 특급쉐프 최종민(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과 손을 잡았다. '슈퍼커피'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그는 늘 초심을 유지하며 천천히, 조금은 느리게 자신의 꿈을 쫓는다.

"이제 저의 '놀이터'가 생겼자나요. 이 곳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신나게 노는 것에 만족합니다. 작은 꿈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금방 그 날이 오겠죠? (웃음)"

김현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