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배임죄] 정갑윤 "김승연 회장, 배임 아닌데 사면서 제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지 배임이라 볼 수 없는데도 이번에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은 경제살리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국회부의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임죄의 불명확한 기준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울산의 목재기업 오너 출신이다. 직접 창업해 기업을 일구고 국회부의장까지 오른 경험이 있기에 중소기업인들에게는 “말이 통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기 위해 포이즌필(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권리 부여),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배임죄 기준을 완화하는 형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 의원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 신생 벤처기업에 더욱 필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합병에 개입하려 한 엘리엇 사태는 삼성그룹이었기 때문에 방어가 가능했지만 방어능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이었다면 대책 없이 당했을 것”이라며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알짜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투기자본에 넘어가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이어 “일반인은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김승연 회장처럼 기업인이어서 사면받지 못한 것은 역차별”이라며 광복절 특별사면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 회장은 2013년 그룹 내 부실 계열사를 구제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을 동원했다가 배임 혐의로 유죄를 판결받았다. 그는 “우리 지역인 울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2년간 매출이 6조원 떨어졌다고 한다”며 “오너기업에서는 오너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해 제도를 보완해줘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롯데 사태는 개정안 추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의원은 “배임죄 개정안을 냈지만 의원 10명의 서명을 받기도 힘들더라. 지금 기업에 대한 정서가 이런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번 19대 국회 회기(내년 5월까지)에서 상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수영/서욱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