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에게 내일을, 미래세대에 희망을
‘한 세대의 집단적 낙오’가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청년들이다. 기성세대엔 대단할 것 없던 인생 사이클, 즉 졸업~취업~결혼~출산 등의 평범한 인생경로가 그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첫 번째 관문인 취업에서 좌절한 청년층이 45만명이고, 취업에 애로를 겪는 청년들까지 합하면 116만명에 이른다. 취업했더라도 노동시장 양극화 탓에 저임금·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결혼이나 출산을 단념한다. 그렇게 ‘3포세대’ ‘5포세대’로 불리더니 최근에는 ‘7포세대’ ‘9포세대’가 됐다. 청년들의 오늘은 우울하다. 그들은 죄지은 사람처럼 부모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아등바등 대학교육을 시켜놓은 부모들의 가슴도 무너진다. 지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원인은 여럿이다.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이에 따른 수출부진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가 여의치 않다. 산업현장의 수요와 대학교육의 괴리가 커지면서 그나마도 경력직 위주로 뽑는다. 베이비부머의 자녀들, 즉 ‘에코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내년부터는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니 기업들의 청년고용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 청년세대의 좌절을 방치하면 그 세대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청년세대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세금은 누가 내고, 연금재원은 누가 감당하고, 집단화된 분노의 사회적 비용은 어찌한단 말인가. 고용은 소득을 가져오고, 소득은 소비를 가져오고, 소비는 투자와 고용을 가져오는 국가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이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생활이 고용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취업이 가져올 심리적 안정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청년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이에 정부와 경제계는 지난달 27일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공동 선언했다.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서 교원, 간호사, 어린이집 교사, 공공기관 종사자 등 4만명 이상을 더 뽑는다. 경제계는 신규채용, 인턴, 직업훈련 등으로 16만명 이상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대기업 주관 아래 협력사들이 청년에게 직업교육과 인턴십을 제공하고 추후 채용시 우대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기업과 청년이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청년 인력을 많이 뽑는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인건비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를 정착시켜 일자리를 나누고, 노동시장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유망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데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산업현장에서의 인력수급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맞춤형 학과 활성화와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청년고용이라는 게 정부 혼자 소매를 걷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정부는 기업에 고용 유인책을 주는 것에 불과하고, 실제 고용을 늘릴 것인지는 기업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경제계의 고용 약속이 참 고맙다. 정부의 고용 지원과 달리 기업의 고용은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동참도 절실하다. 청년고용을 포함한 노동개혁은 물론이고 교육·공공·금융 등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개혁 작업은 이익 갈등이 매우 큰 영역이다. 이익을 재편성하고 기회를 새롭게 하는 작업이다 보니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저성장,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너무 빠른 저출산·고령화 등 대내외 환경이 모두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이다. 매뉴얼이 있을 리 없다. 국민의 지지가 동력이고, 힘들 때면 하나같이 뭉쳤던 우리 DNA가 개혁의 연료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고자 한다면 함께 가야 한다’는 격언을 되새겨본다.

최경환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