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유니버설 영화사
힙합 그룹 N.W.A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 미국 개봉과 동시에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첫 주말 극장 수입만 5610만달러(약 665억원)다. 제작비가 2900만달러(약 340억원)밖에 안 되니 할리우드에선 저예산 영화다. 그런데도 여름철 블록버스터 주말 개봉 실적 1위다.

이 영화는 올해 유니버설이 선보인 10번째 작품이다. 이를 포함해 유니버설이 올해 세계 극장에서 올린 수입 총액은 57억6000만달러다. 지난해 20세기폭스의 연간 수입 55억2000만달러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작년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가 역대 흥행 3위(16억달러)를 달리고 있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15억달러를 넘기며 뒤를 쫓고 있다.

다른 히트작도 즐비하다. ‘미니언즈’가 9억5800만달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피치 퍼펙트 2’ ‘트레인렉’ 등 다른 저예산 영화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일한 실패작이라는 ‘19곰 테드 2’도 1억7400만달러를 넘었다. 전편(5억4900만달러)에 비해 초라하다지만 대단한 성과다.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변신 노력과 상상력의 확장이다. 제작비 규모에 상관없이 전 연령층과 인종, 성별을 뛰어넘는 콘텐츠로 승부한 결과다. 2년 전 컴캐스트에 인수됐을 때 유니버설은 6대 메이저 영화사 중 꼴찌를 헤매고 있었다. 1988년 이후 1위를 차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를 과감한 개혁과 역발상 투자로 뒤집은 것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활기를 띠고 있다. 방문객을 유인하고 완구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대형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로써 부가상품 매출을 3000만달러에서 1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미니언즈’와 ‘분노의 질주’ 등의 촬영 명소도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했다. 그 결과 플로리다와 LA, 오사카, 싱가포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모두 잘나간다.

한때는 경영 위기를 맞아 일본 마쓰시타전기에 넘어가기도 했다. NBC와의 합병에 이어 제너럴일렉트릭(GE)에 팔려가는 등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그런 유니버설이 마침내 세계 1위에 올랐다. 1909년 옷장사를 하던 독일계 유대인 카를 래믈이 작은 영화사를 차린 지 106년. 세계 최대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만든 지 100년 만이다.

힙합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내달 10일 우리나라에서 상영된다. 몇 년째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문만 무성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아직 투자 파트너와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