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산하 공기업 대표를 임명할 때 시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등 산하 공기업이 1차 대상이다. 인사청문 대상기관을 확대키로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인사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산하 기관장 인사권을 주고 있는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 위반이다. 시 집행부의 공무원들뿐 아니라 산하 기관장은 시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고, 인사에 대한 책임도 시장이 진다. 대법원은 이미 이런 식의 인사청문회를 규정한 광주광역시와 전라북도의 조례를 무효라고 판결한 바도 있다. 하위법인 조례가 상위법에 명시된 지자체장의 공직 임명권을 제약하고, 개입·관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치행정을 돕는 행정자치부도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조례 제정이 법원에서 가로막히자 엊그제 서울시와 의회는 ‘협약체결’이라는 꼼수를 들고나왔다. 시의회가 시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까지 침해하는 건 결국 예산 심의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산 심의를 이유로 집행부의 사업에 일일이 시비를 걸고 심지어 의회가 예산 편성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게 현실이다. 경기 인천 등 6개 시·도 의회는 비슷한 방식으로 인사청문회를 사실상 열고 있다고 한다. 지방의회의 전횡에 서울시장까지 굴복하고 야합해버렸다. 인사청문회는 국회의 ‘행정부 군기잡기’로 이미 전락한 상황이다. 더구나 역량 있는 인사의 기용을 오히려 가로막는 실패한 제도인데 그걸 지방공기업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모든 법적 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아야 한다. 청문회 방식도 공개로 한다니 폭로형 네거티브 정치쇼가 될 게 뻔하다. 청문회장 뒤로 은밀한 인사민원이 오가고, 시 간부들은 그런 의회의 눈치나 살피게 되면 시 행정 자체가 인민위원회를 닮아가는 의회에 접수된다. 이런 자치행정은 3류 정치를 풀뿌리에까지 전파하는 경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