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에 오른 아마존 기업문화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이 내부 경쟁을 극대화하는 적자생존식 기업문화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창사 21년 만에 전통의 ‘유통 거인’ 월마트를 제치고 미국 유통업계 시가총액 1위(2500달러)를 달리게 됐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임직원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냉혹한 경영방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논란의 발단은 뉴욕타임스(NYT)가 제공했다. NYT는 지난 16일 아마존닷컴 전·현직 임직원 100여명을 인터뷰한 뒤 아마존닷컴의 기업문화를 집중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은 회의에서 직원들이 모욕을 느낄 때까지 서로 논쟁하고 비판하도록 유도했다. 근무태도가 좋지 않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료 직원을 상사에게 바로 알릴 수 있는 전용 전화를 설치했고, 쌍둥이를 유산한 다음날 출장을 가야 했던 사례도 있다. NYT는 “무인비행기(드론) 배송이나 버튼만 누르면 미리 지정한 상품을 알아서 가져다주는 서비스 등 아마존닷컴이 내놓은 혁신적 아이디어에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혹한 기업문화를 견뎌낸 직원의 고통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NYT는 기사 제목도 ‘힘든 직장에서 대박 아이디어와 씨름하기’로 달았다.

NYT가 아마존닷컴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반론이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자 사설에서 “아무도 아마존닷컴의 ‘정글’에서 억지로 일하게 하지 않았다”며 “모든 직원에게 같은 처우를 했다면 아마존닷컴이 스파르타식 경영을 하든 말든 신경쓸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모든 기업 문화가 같을 수는 없다”며 “게다가 직원은 단순히 상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덧붙였다. 딕 코스톨로 전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NYT 기사가 일부 사례를 과장한 것 같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아마존닷컴의 설립자 겸 CEO인 제프 베조스(사진)는 NYT의 보도를 부인했다. 베조스 CEO는 아마존닷컴의 모든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NYT가 묘사한 아마존닷컴의 모습을 읽다보면 나조차 회사를 떠나고 싶어진다”며 “우리 회사는 냉혹한 직장이 아니며 만약 기사에 나온 사례를 경험했다면 나에게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NYT 보도가 나온 뒤 첫 거래일인 17일 0.7% 올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