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P2P) 외화 송금회사인 트랜스퍼와이즈를 세워 영국의 핀테크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크리스토 카만(왼쪽)과 타벳 힌리커스. 에스토니아 출신인 두 사람은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김보라 기자
개인 간(P2P) 외화 송금회사인 트랜스퍼와이즈를 세워 영국의 핀테크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크리스토 카만(왼쪽)과 타벳 힌리커스. 에스토니아 출신인 두 사람은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김보라 기자
지난 10일 영국 런던 북동쪽 테크시티에서 만난 크리스토 카만 트랜스퍼와이즈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외화를 송금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가 2000파운드를 뉴욕으로 송금하는 데 든 수수료는 5파운드. 그는 “시중은행을 통했더라면 50파운드의 수수료를 내고, 송금 기간도 5~7일이 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금융 강국 영국이 ‘핀테크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 같은 핀테크 회사가 이미 3000여개나 된다. 이들은 지난해 200억파운드(약 3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핀테크는 모바일 결제와 송금, 크라우드 펀딩 등을 아우르는 ‘금융 정보기술(IT) 융합형 산업’을 뜻한다.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세계 핀테크 관련 투자액의 25%가 유럽으로 유입됐고, 이 중 50%가 런던에 집중됐다.

○핀테크산업 매출 연 37조원 육박

영국, 1파운드면 핀테크 창업…37조 시장으로 커져
트랜스퍼와이즈의 창업 계기는 단순하다. 영국에서 10년째 일하던 에스토니아 출신의 두 청년은 어느 날 “월급을 고향으로 보낼 때마다 은행에 수수료를 너무 많이 내서 속상하다”는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돈을 주고받으려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수수료를 낮추는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생각했다.

한국(A)에서 일본(B)으로 돈을 보내려는 사람과 일본(C)에서 한국(D)으로 돈을 보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을 매칭해 A의 돈을 D의 계좌로, C의 돈을 B의 계좌로 보내는 것이다.

외화 송금 수수료가 기존 은행의 10분의 1로 줄자 이용자는 급증했다. 4년간 45억달러가 트랜스퍼와이즈를 통해 거래됐고, 현재 26개국 화폐로 서비스한다.

사울 다비드 영국무역투자청(UKTI) 핀테크산업 담당 이사는 “전통 은행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핀테크 기업이 활발하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생의 길 모색하는 영국 금융회사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핀테크산업을 지원했다. 런던 빈민가였던 올드스트리트 인근을 ‘테크시티’로 지정했다. 사무실 임대료를 다른 지역의 20% 수준인 월 20만~30만원으로 끌어내렸다.

각종 진입장벽도 허물었다. 법인 등기 등 모든 절차는 온라인에서 해결하게 했다. 법인 등기이사 수와 자본금 제한도 없앴다. 16세 이상의 회사 운영자 한 명만 있어도 설립을 승인했다. 단돈 1파운드만 있어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자 테크시티에 돈이 몰렸다. 최근 5년간 테크시티에 유입된 핀테크 관련 투자는 약 8200억원에 달했다.

도전에 직면한 전통 금융회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웰스파고 등은 최근 핀테크 분야 초기 단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HSBC, 퍼스트다이렉트, 네이션와이드 등 은행은 핀테크 기업 잽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공동기획 : 한국경제신문·한국무역협회

런던=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