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이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짓고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 클러스터(ARC)의 건립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열분해 공장, 폴리프로필렌(PP) 추출 공장, 페트(PET) 해중합 공장 등 3개를 동시에 지으려던 당초 계획 대신 열분해 공장만 착공하고 나머지는 추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각종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 방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인건비 자재비 등의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단독] SK지오도 투자 재조정…1.8조 플라스틱 공장 손댄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ARC에 열분해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공장만 먼저 짓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지으려던 PP 추출 공장과 PET 해중합 공장은 사업성 검토를 거친 뒤 추후 건설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ARC에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등 파트너 기업과도 이런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ARC를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데 모은 세계 첫 재활용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물가와 금리 상승 여파로 각종 투자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자 사업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PP 추출과 해중합 공정의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점도 투자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대외 경영 환경이 악화한 만큼 기존 사업 계획이 타당한지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지난해 11월 착공한 ARC를 2025년 말 완공해 2026년부터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 공장을 계획대로 지어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는 토양을 정리하는 ‘터파기’만 완료했다. 투자 재검토가 끝나는 대로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한 개 공장만 가동하면 2025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입하려던 투자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32만t으로 잡은 연간 폐플라스틱 재활용 규모도 대폭 축소된다.

하지만 SK지오센트릭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시장 상황과 자금 여력 등을 감안한 최적의 시점에 당초 계획한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전망이 밝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재생 원료를 30% 이상 사용하도록 규정한 만큼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ARC를 짓기도 전에 연간 생산량의 30%를 해외 뷰티·식음료(F&B)·의류 브랜드에 선판매할 정도로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