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하는 단위의 정의
2018년 변경될 국제단위계, 측정기술 발전 이끌어낼 것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의 어린 시절 영특함을 보여주는 일화다. 물론 일화 속 서로 다른 한주먹의 크기야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와 거래를 위해 정확한 단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위는 물리량이나 크기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 통치, 상거래와 교역, 생산 및 품질관리,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항상 쓰이기 때문이다.
1㎏이 얼마나 무거운지, 1m가 어느 정도 길이인지, 1초가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과학적으로 정의돼 있다. 이런 정의가 뒷받침돼야만 세계가 인정하는 기준이 된다.
흥미로운 건 단위인 미터(m)와 킬로그램(㎏), 초(s) 등의 정의가 고정된 게 아니라 세월에 따라 변해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m는 처음에 지구 자오선의 거리를 기준으로 정했고, 이후 백금과 이리듐 금속막대로 미터원기를 만들었다. 지금은 열팽창 등 변화가 생기는 미터원기 대신 빛의 이동거리를 이용해 새로 정의를 만들었다. 즉 단위의 정의는 그 시대를 반영해 끊임없이 변한 것이다.
머지않아 세계가 공통으로 쓰고 있는 국제단위계 7개 중 4개의 정의가 바뀔 예정이다. 2018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질량(㎏)과 전류(암페어·A), 온도(켈빈·K), 물질량(몰·mol)에 대한 신규 정의를 의결하면 세계는 새 단위의 기준을 사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다행히 단위 정의가 바뀌더라도 일상생활이나 일반 산업체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이전에 설정한 단위 기준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설정하기 때문이다.
단위의 정의가 바뀐다는 건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정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측정이 가능하다. 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단위의 정의를 바꾸는 2018년이 기대된다.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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