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하는 단위의 정의
가게 주인이 엄마와 같이 온 아이가 귀여워 앵두 한주먹을 집어 먹으라고 했다. 아이가 앵두를 집지 않고 주인을 쳐다보기만 하니까 주인이 직접 앵두를 한주먹 쥐어줬다. 나중에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가만히 있었던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가 대답했다. “제가 집는 것보다 아저씨가 집어야 더 많이 받을 수 있잖아요.”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의 어린 시절 영특함을 보여주는 일화다. 물론 일화 속 서로 다른 한주먹의 크기야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와 거래를 위해 정확한 단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위는 물리량이나 크기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 통치, 상거래와 교역, 생산 및 품질관리,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항상 쓰이기 때문이다.

1㎏이 얼마나 무거운지, 1m가 어느 정도 길이인지, 1초가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과학적으로 정의돼 있다. 이런 정의가 뒷받침돼야만 세계가 인정하는 기준이 된다.

흥미로운 건 단위인 미터(m)와 킬로그램(㎏), 초(s) 등의 정의가 고정된 게 아니라 세월에 따라 변해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m는 처음에 지구 자오선의 거리를 기준으로 정했고, 이후 백금과 이리듐 금속막대로 미터원기를 만들었다. 지금은 열팽창 등 변화가 생기는 미터원기 대신 빛의 이동거리를 이용해 새로 정의를 만들었다. 즉 단위의 정의는 그 시대를 반영해 끊임없이 변한 것이다.

머지않아 세계가 공통으로 쓰고 있는 국제단위계 7개 중 4개의 정의가 바뀔 예정이다. 2018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질량(㎏)과 전류(암페어·A), 온도(켈빈·K), 물질량(몰·mol)에 대한 신규 정의를 의결하면 세계는 새 단위의 기준을 사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다행히 단위 정의가 바뀌더라도 일상생활이나 일반 산업체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이전에 설정한 단위 기준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설정하기 때문이다.

단위의 정의가 바뀐다는 건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정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측정이 가능하다. 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단위의 정의를 바꾸는 2018년이 기대된다.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