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교육장관 조문 와 '총장직선제 대학자율' 선언하라
부산대 교수 자살 부른 직선제 갈등
같은 대학 이병운 교수(사진)에게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총장직선제가 중요한 것이냐”고 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결기 어린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만큼 절망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상임회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부산대 교수회장을 맡았다. 총장직선제 논란에 가장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교수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당국이 꿈쩍도 않는 데 좌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교수회 간부도 아닌 평교수다. 말 그대로 순수하게 그런 선택을 했다”고도 했다. 이어 “유족들과 논의했는데 총장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 장관이 직접 조문 와서 법이 보장하는 총장 선출을 비롯한 대학 자율성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다.
- ‘희생이 필요하면 감당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절망했다는 건가.
“그렇다. 국교련 회장 때부터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상대로 온갖 소송을 걸었다. 국회에도 건의하고. 결과는 마이동풍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뭐라고 했나. 총장 선출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안 바뀐다. 이명박 정부 때 기조가 그대로다. 고 교수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시인이고 문학 전공자라 내성적인 분인데….”
- 고인과는 생전에 친분이 있었나.
“학과(국어교육과)는 다르지만 교류가 있었다. 종종 술자리도 함께 했다.”
- 주변에선 이런 사태를 예견했는지.
“정치적 판단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고 교수는 교수회 간부도 아닌 평교수다.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온다. (고 교수는) 교수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대학의 자존심이나 민주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서울대가 법인화된 지금 부산대가 전국 40여개 국립대 맏형 격으로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 총장직선제 폐지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전 정부 때부터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유서를 보면 ‘무뎌졌다’는 표현이 몇 번이나 나온다. 이번처럼 최후의 선택이라도 하지 않으면 대학사회 구성원이나 일반인들이 민주화에 대한 절박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불행한 일이다. 고인은 이런 사태에 대해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바랄 것이다.”
- 직선제가 폐지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총장에 전권을 주고, 교육 당국이 임명권을 가짐으로써 총장을 제어하면 대학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대학 외부에선 잘 모를 수 있다. 핵심은 직선제냐, 간선제냐가 아니다. 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적 선택을 강압적으로 못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
- 직선제로 인한 파벌 등 부작용도 있다고 하는데.
“직선제에 결함이 있다면 보완할 수 있다. 논의해 법으로 바꾸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교수들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 다만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을 행정부가 임의로 무너뜨려선 안 된다. 간선제라고 문제가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로또 총장’을 낳는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직선제인데 대학의 수장을 로또식으로 뽑는 게 말이 되나.”
- 책임 지고 김기섭 총장이 물러났다. 직선제 폐지도 재검토한다고 했다.
“그렇게 알고 있다. 총장 사퇴, 직선제 원점에서 재논의로.”
-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직선제 총장을 교육부가 임용 제청 안 할 수 있다.
“어차피 당분간 총장 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경북대 총장도 계속 공석 중이다. 다른 몇몇 국립대도 비슷한 상황이고. 지금 부산대 교수들로선 정부와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느냐.”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 장관이 직접 문상을 와 법과 원칙대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선언을 하라. 유족들과 그렇게 의견을 모았다. 법에서 보장된 걸 못하게 하는 건 법치주의가 아니다. 이주호 전 장관이 대학 자율로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고 강변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강도가 돈 내놔라 해서 내주면 그게 자율로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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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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