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건축 일단 포기…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이 결정적 걸림돌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짓는 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송현동 부지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등 3개 학교가 인접해 있어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가로막혀 부지 매입 후 7년 넘게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사진은 이날 오후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빼고, 복합문화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에 숙박시설(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사실상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숙박시설을 제외한 문화융합센터 건립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가 문화융성 추진 계획에 대한항공이 동참하길 원하는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이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2008년 종로 송현동 일대 부지 3만6천642㎡(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천900억원에 사들여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다.

한진그룹은 KAL호텔네트워크를 통해 제주도에 제주칼호텔과 서귀포칼호텔,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인천공항 옆 그랜드하얏트인천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인터내셔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셔그랜드호텔을 재개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송현동 부지가 경복궁,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에 맞붙어 있는 공간이라 한옥호텔을 짓고, 다목적 공연장과 갤러리, 식당가 등이 포함된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AL호텔네트워크 대표로서 진두지휘했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양호 회장이 2013년 8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건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화답해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호텔 사업에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

정부는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 주변에 건설토록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해 경제활성화법 가운데 하나로 꼽아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키며 '반재벌 정서'가 거세게 일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KAL호텔네트워크 대표 등 모두 직위를 내려놓았다.

안그래도 야당이 '재벌특혜법'이라고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데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불허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땅콩회항 사건은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결국,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볼거리·먹을거리·살거리 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허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하2층, 지상 5층의 낮은 층고로 주변 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기와지붕 등 한국 건축 고유의 원형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호텔사업을 '포기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호텔을 지을 수 없지만, 언제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