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논의 필요, 이번엔 제외" vs 사 "일시금 해결책, 연동해야"
9차례 파업 갈등 심화…장기화 우려, 경영 악화 속 위기론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17일 3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졸업 이후 3번째 파업이자 첫 전면 파업이다.

금호타이어는 지주회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악화 등으로 2009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 5년 만에 졸업했다.

쟁점은 워크아웃으로 대폭 삭감된 급여, 근로조건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와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다.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격려금 200%, 임금체계 개선과 반납분을 포함한 15% 임금 인상, 워크아웃 동안 반납한 상여금 환원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워크아웃 기간 기본급을 삭감하고 상여금을 반납한 것은 물론 임금도 오르지 않아 실질 임금이 40∼50% 삭감됐다며 사측 제안이 미흡하다고 반발했다.

해결 전망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그동안 임금 삭감과 정리 해고 등으로 노사 갈등이 이어지며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워크아웃 이후 이번을 포함해 모두 9번 파업했다.

4번은 전면, 5번은 부분 파업이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근로자 분신, 도급화 갈등 등으로 마찰이 빚어졌고 임단협 타결에만 8개월 넘게 걸렸다.

특히 전면 파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 노사 입장이 크게 다르다.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일시금 300만원 지급과 법적 기준보다 1년 늘어난 만 61세로의 정년 연장 등을 내놨다.

임금피크제는 58세부터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90% 수준에서 시작해 61세까지 60% 수준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사측은 노동개혁 일환으로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올해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 중이며,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민간기업이 동참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유로 들었다.

사측은 특히 법적 기준보다 정년을 1년 추가(만 61세)하는 상황에서 일시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올해 임단협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별개의 문제"라며 '임금피크제 추후 논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금피크제를 배제하면 다른 사항은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일시금 지급이라는 사측 입장에 대해 "결국 월급을 깎아 돈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 5년 동안 직원 희생이 컸고, 지난해 워크아웃 졸업 이후 제대로 된 보상이 없었다며 기본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을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조건없는 일시금 지급과 임금 8.3% 정률 인상, 2014년 경영성과금 배분, 기피직무 수당 지급, 1958년생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도 임금 삭감 등이 100% 회복되지 않았다.

사측은 긴 근속연수(20년)를 토대로 평균임금이 높다고 하지만 현실은 9년차와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신입 근로자 간 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임금피크제는 충분한 논의 후에 내년에 협의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임금피크제는 회사경쟁력 확보는 물론 노조가 요구한 일시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노조가 제기하는 '임금피크제 추후 논의'를 받아들일 수는 있으나 무조건 일시금 지급은 어렵고 연말 성과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으로 지역 경제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사측은 11∼14일 부분 파업만으로 8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 하루 약 52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협력 업체의 손실과 타이어가 납품되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피할 수 없다.

벌써부터 파업 장기화 전망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데다 다음 달에 노조 집행부 선출이 예정돼 있는 등 노사 대화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회사 경영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성급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한 7천544억원, 영업이익은 49% 줄어든 4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2천337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도 파업이 미칠 지역 경제의 악영향에 우려를 표명하며 노사 합의를 통한 해결과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장아름 기자 cbebop@yna.co.kr,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