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신차 투입·가격 인하로 '승부수'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선방하던 현대기아차가 올해 중국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에다 톈진항 폭발 사고로 대규모 차량 손실까지 입으면서 '중국 쇼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중 중국 시장에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공세적 가격 인하로 극적인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16일 현지 언론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는 베이징현대(현대차)와 둥펑위에다기아(기아차)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와 33%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상하이 폭스바겐은 24%, 상하이 GM은 20%가 줄었다.

중국은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7.3%로 전달의 9.1%보다 1.8% 포인트나 급감했다.

베이징현대의 점유율은 4.5%, 둥펑위에다기아는 2.8%를 각각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에도 매달 10% 선을 꾸준히 유지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 8.8%에서 2월 9.9%, 3월 10.1%로 꾸준히 상승한 뒤 4월에도 10.0%를 나타냈다.

그러나 5월부터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연간 점유율 10% 달성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올 상반기까지 누적 점유율은 9.2%다.

반면 중국시장 내에서 현대기아차와 2위를 다투는 GM의 경우 지난 5월 8.5%에서 지난 6월 10.2%로 1.7%포인트나 뛰었다.

포드 역시 이 기간 4.3%에서 5.6%로, 닛산은 5.7%에서 6.2%로 각각 늘었고 도요타도 3.9%에서 4.2%로 증가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5월 18.9%에서 6월 17.7%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창안자동차가 4.4%에서 4.5%로, 지리는 전달에 이어 2.4%를 유지하는 등 중국 토종업체들도 선전했다.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실적 부진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합자회사들이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치열한 판촉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GM 등은 이미 차값을 대폭 내리거나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올리고 있다.

GM은 지난 5월부터 11개 차종의 가격을 1만(190만원)~5만4천 위안(1,020만원) 인하했다.

폭스바겐은 딜러들에게 10억 위안(1천9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대부분 합자회사들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총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기아차 또한 9월 신형 모델이 출시되는 투싼ix와 판매가 부진한 싼타페의 가격을 각각 2만 위안(380만원), 1만~3만 위안(190만원~ 570만원) 내리는 등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현대기아차 딜러들은 대당 1천만원에 달하는 할인까지 하는 상황이다.

중국 톈진항 대형 폭발사고의 최대 피해자도 현대기아차다.

사고 당시 야적장에 있던 현대기아차 4천100여대가 전소하면서 최대 1천600억원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르노 1천500대, 폭스바겐 2천700여대 등과 비교해도 피해 규모가 크다.

더구나 현대기아차의 경우 베이징현대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네시스, 에쿠스 등 고급 차종들이 야적장에 있어 피해액이 커졌다.

물론 보험으로 전액 보상되지만 워낙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손실돼 중국 내 판매에 일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으로 보상되기는 하겠지만 고급 차들인데다 4천대가 넘는 대규모 차량이라 판매 및 인도 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발 악재가 겹치자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에 가격 인하와 신차 물량 공세 등을 통해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특히 중추절, 국경절 등 연휴가 몰려 있어 자동차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9월 신형 투싼과 10월 신형 K5 출시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내년 초에는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해 중국에 부는 SUV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중국시장에 특화된 신차를 4~5개씩 투입해 중국 전략 차종을 다양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대폭 높인 소형 SUV와 소형 세단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생산 판매 라인업을 재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1천700여개인 중국 내 딜러를 내년까지 2천여개로 늘리고 중서부 지역과 소도시 딜러를 집중적으로 확보해 중국 판매망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 절하도 현대기아차엔 실적 반등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따라 중국 경기가 다시 활성화되면 지금보다는 자동차 판매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국내에서 완성차 형태로 직수출되는 물량에 대한 수익성 악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완성차로 중국에 수출한 대수는 총 4만9천여대로 중국 전체 판매 물량(181만대) 중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아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엔저를 비롯한 불리한 환율 환경이었다"면서 "위안화 절하로 중국 경기가 살아나고 원화 약세가 엔저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상쇄시켜준다면 신차가 연이어 출시되는 하반기엔 충분히 실적 반등을 노려볼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