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 '대연정 반대' 개입 등에 무산

터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대통령의 개입 등에 따라 결렬됨에 따라 11월에 조기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 총리 서리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정의개발당(AKP) 대표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13일(현지시간) 마지막 연정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협상은 사실상 합의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뤄져 결렬을 공식화하는 성격이었다.

AKP는 CHP와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과 연정 협상을 벌일 예정이나 타결 가능성이 낮아 총선을 치를 때까지 AKP 단독으로 과도정부 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이날 협상에 앞서 일간 줌후리예트에 "연정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날 회동을 마치고 결렬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7일 총선에서 AKP는 전체 의석(550석)의 과반에 못미치는 258석만 확보해 13년 만에 단독정부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야당들과 연정 협상을 벌였으며 CHP를 제외한 2, 3 야당은 연정을 거부한 바 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연정 협상의 실패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 입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KP를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치른 직선제 대선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11년 동안 총리를 역임했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탈당했지만 현 당대표인 다부토울루 총리보다 당내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TV로 생중계된 한 행사의 연설에서 "내가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한 다부토울루 총리는 조기총선이나 연정을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지만 그의 의견은 다른 당의 의견과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 견해가 다른 두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는 것은 "자살적" 행동이라며 단기간에 연정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는 이슬람교에 뿌리를 둔 보수 성향의 AKP와 세속주의를 내세운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CHP 간 대연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다부토울루 총리에 강력하게 전달한 개입으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AKP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 등 현지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정에 반대하는 것은 조기총선을 치러 AKP가 단독정부를 구성해 개헌을 추진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터키는 최근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터키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에 나서고 있어 AKP의 지지율이 지난 총선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KP는 최근 PKK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쿠르드족 보수층이 다시 AKP를 지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KP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이 원내 진출의 최저 득표율 기준(10%)을 넘겨 80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AKP와 CHP가 이날 협상 결렬을 공식 발표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부구성 시한인 오는 23일께 새로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일정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11월 15~16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다음 주인 22일이 유력하다.

한편, 결렬이 확정되자 터키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였다.

리라화는 전날 달러당 2.78리라대였으나 이날 오후 2.82리라에 거래됐으며 이스탄불 증시의 BIST100 지수는 2.58% 급락했다.

터키 재계는 'AKP-CHP 대연정'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할 것이라며 지지한 바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