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분양사업 정확한 미래 손실 예측 어려워"
건설업계 "우리도 불똥 튈까" 한숨…"사업기간 긴 수주산업 특성 고려해야"

대우건설은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의혹에 과징금 부과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 "경영자 해임 등 최악의 상황은 면해 다행"이라면서도 "건설회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징계 조치"라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건설사들의 분식회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던 터에 대우건설에 첫 징계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건설업계 전반에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니나며 우려하고 있다.

◇ 대우건설 "고의성 없다는 점 입증, 미래 손실 인식에는 이견"
대우건설측은 11일 이번 감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지난 1년7개월 간의 감리를 거쳐 회사 회계처리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회사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대외적 불신을 대폭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리의 쟁점 사안이던 '미래 추정 손실의 인식 시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건설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수주 이후 준공 시점까지 장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부동산 경기 변화, 해외사업장의 돌발 상황, 현장 설계변경과 원가절감 활동, 원가상승 원인에 대한 클레임 등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을 사전에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사업의 경우 사업 수주 당시에는 분양 경기가 좋아 미분양 등의 손실을 낮게 예상했지만 2∼3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외 경제가 악화되거나 정부 정책이 바뀌어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미분양과 미입주가 당초 예상보다 증가하고 손실이 늘게 된다"며 "사업 초기에는 이러한 손실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전부 반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측은 "대우건설은 건설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준에서 미래에 발생가능한 손실을 추정해 충당금을 쌓아왔고 투명한 회계 처리를 해왔다"며 "당사의 충당금 설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면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 건설업계 "건설 회계처리 비슷"…불똥 튈까 우려
건설업계는 이번 대우건설에 대한 징계가 건설업 전체의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주부터 준공까지 회임기간이 긴 수주산업 특성상 어느 건설사나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도 인사조치를 받은 한 재무담당 임원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임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사업에서 약 2천9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을 알았으면서도 회사가 지난해 결산에서 이러한 손실을 숨겼다고 주장했지만 회사측은 "공사기간이 긴 수주 산업 특성상 불시에 나타난 손실을 미리 예측해 회계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분식회계 가능성을 일축했다.

특히 주택사업의 경우 착공 전에 분양가격를 책정하고 선분양을 하는 우리 주택시장의 특성상 이러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분양 사업은 계획 단계와 분양시점, 입주 시점에 따라 주변 시세가 다 달라지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할 수도 있고 추후 할인분양을 할 경우 처음에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후분양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논란은 피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건설 회계와 관련해 원칙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있을 뿐 우리 건설업 특성을 감안한 충분한 해석이나 회계 지침이 없는 상태"라며 "대우건설과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건설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제조업은 물건 가격이 정해져 있고 회계처리가 인도·완성 기준이라 손실 여부가 확정적이지만 건설은 사업기간이 길고 진행률 기준의 회계처리 방식이어서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수주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분식회계 논란을 최소화할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