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흥국 불안에 떠는 코스피…"보수적 투자전략 짜야"
7일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이어가며 2010선 사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코스피는 장 중 한 때 2010선을 내주고 2001.31까지 밀려 2000선마저 위협받았다.

최근 투자주체들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린 데다 미국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이 커지면서 지수의 하락 압력이 강해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3포인트(0.13%) 내린 2010.66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이어 기관마저 등돌린 코스피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피 약세 원인을 불안한 수급에서 찾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공세가 전날에 이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전 거래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19억원, 1440억원 어치 주식을 내다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현재도 두 투자주체는 각각 344억원과 744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지난달부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기관들마저 '팔자'로 돌아서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조원을 뛰어넘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기조를 감안했을 때 외국인 매도세는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국내 기관들의 '팔자'까지 더해지며 시장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대내외 불안 요소에도 200일 이동평균선을 지켜내던 코스피가 이날은 불안한 수급 영향 탓에 2010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수급의 한 축으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연기금이 이달 들어 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어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연기금은 전 거래일에도 149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기관 매도세를 주도했다.

이날은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던 투신도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주식형펀드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데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불안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하락은 미국의 고용지표에 대한 관망세도 작용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이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변곡점 9월?…경제지표가 '관건'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는 물론 다음주 예정된 경제지표를 눈여겨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7월 미국 고용지표를 공개하고 다음주에는 중국과 미국의 광공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가 잇따라 발표된다.

이들 지표의 결과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국내 증시의 향방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경제지표들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9월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더욱 강해지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된 9월 중순이 코스피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제지표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면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코스피의 추세 전환도 9월이 지나서야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 연구원도 "다음 주 중국 지표 결과 등을 확인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추천하는 의견이 많다.

고평가주의 위험 관리에 집중하되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에 대한 제한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내수주의 경우 2분기 실적 시즌을 통과하면서 수출주 대비 실적 차별화와 투자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ER)이 높은 업종과 종목별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두는 보수적 전략을 가져야 한다"며 "수출이 가사회되고 있는 음식료 업종과 금리 인상의 중장기적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 보험업종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