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언급량 터졌다…"화장품株, 8월까지 안정적 우상향"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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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혁 더블유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시은 기자
김성혁 더블유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시은 기자
“화장품주는 성수기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1분기 주가 상승폭이 컸지만, 2분기 실적이 확인될 여름까지는 여력이 남았습니다.”

김성혁 더블유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골디락스(물가 안정 속 경제성장) 구간엔 상승하는 업종이 더 오른다”며 “1분기 실적이 견조한 화장품주와 SNS 지표가 좋은 식음료 관련주는 올해 구조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CIO는 1994년생으로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CIO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참여 펀드의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은 78%를 기록했다. 소비재 투자를 장기로 삼는다.

뛰는 수출, OEM·ODM 업체 수혜

김 CIO는 현재 국내 증시를 ‘안정된 줄타기’로 요약했다. 그는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되, 인하하려는 신호를 보이며 경기 둔화를 막으려 하고 있다”며 “올해 증시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비슷한 흐름의 ‘박스권 우상향’ 기조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김 CIO는 “작년엔 2차전지 종목 때문에 특히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컸는데 올해는 거품이 적다고 판단한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 속 기업들 실적이 계속 오르고 있어, 투자하기 좋은 구간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주로 가장 주목하는 영역은 화장품이다. 그는 “일본에선 한국산 화장품이 프랑스산을 제치고 수입액 1위를 달성했고, 미국에서도 월별로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 개별 화장품 브랜드는 분기마다 성과가 달라지지만, 이들 업체는 꾸준한 실적 성장이 가능한 이유에서다. 코스맥스한국콜마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5%, 207%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개별 브랜드로도 색조 화장품의 아이패밀리에스씨, 기초 제품의 클리오 등 업체 성과가 상반기 이목을 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가 상승이 가팔랐던 ‘대장주’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 대해선 “아직 중국 쪽 매출액 비중이 작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식음료는 지난해부터 삼양식품 관련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톺았다. 그는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불닭볶음면 관련 언급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상치 않은 증가세를 보였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인도까지 유행이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한 달 주가가 35.55% 올라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특히 ‘미국에서 잘 팔리는 소비재’란 측면에서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빙과랑 스낵류에서 해외 매출액 비중이 커지는 곳들도 기대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롯데웰푸드, 오리온 같은 곳들이다. 아직 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의 중장기적 관찰 대상이다.

"2차전지, PER 30배 이상은 고평가"

김성혁 더블유자산운용 CIO. /이시은 기자
김성혁 더블유자산운용 CIO. /이시은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김 CIO 역시도 상당하다. 다만 주가가 자동차, 지주사, 금융주 등 영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오르다 보니,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상장사는 금융지주들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 제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곳들이며, 실제로도 주주환원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주요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중에선 주가 상승 강도와 1분기 실적, ‘CET1 비율(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을 따지라고 했다. 주가는 KB금융이 최근 한 달 10.53% 오르는 등 이미 상승세가 가팔랐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실적이 저조했다는 평가고, 외화보유액이 많은 하나금융지주는 CET1 비율이 낮다. CET1 비율은 환율이 높으면 떨어지는데, 주주환원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신한지주의 상황은 3가지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에 대해선 상반된 관측을 내놨다. 김 CIO는 “반도체는 ‘업사이클’이 오랜만에 찾아온 반면에, 2차전지는 작년 가정 자체가 너무 장밋빛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면서도 2차전지는 “12개월 선행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이하로 내려오기 전까진 투자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투자 종목이 하락하는 데도 팔기 어렵다면, ‘롱(매수)’에 베팅한 투자금의 20% 정도는 인버스 계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했다.

그의 투자 기반은 데이터다. 젊은 CIO답게 다양한 지표를 수집한다. 김 CIO는 “월요일 아침마다 2시간 정도 글로벌 SNS 데이터를 확인한다”며 “챗 GPT로 코드를 짜서 만든 자동 검색 프로그램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구글, 중국 바이두의 검색 트렌드를 포함해 인스타그램·틱톡·트위터·샤오홍슈까지 뒤진다. 키워드 언급량·해시태그·게시글 수를 브랜드별로 훑는 것이다. 김 CIO는 “SNS로 확인되는 경제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사업을 확장해 기초체력이 올라오는 기업들은 지금도 등장하고 있다”며 “일회성 요인이 아닌, 실력으로 1분기 호실적을 내는 기업들을 SNS 지표와 함께 살펴 ‘올해의 주도주’를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