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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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인해 장중 2000선 마저 위협받고 있다.

외국인들은 6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지속하며 코스피지수를 아래 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전체에서 위기감이 커진데다 미국 금리 인상까지 예정된터라 당분간 외국인들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오전 10시43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 0.20% 내린 2009.20을 나타냈다. 지수는 2009.39로 출발한 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장중 2001.13까지 밀렸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203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한 주 사이 2000선마저 위협받는 모습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48억원, 기관은 839억원을 내다팔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하락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 6월과 7월 두 달 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50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코스피 대표 업종인 전기전자와 유통업종에 2조5200억원의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비롯해 신흥국 전반에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유가 하락과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이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국 국가에, 원자재 가격 급락은 러시아 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 역시 신흥국 자금 유출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신흥국 중 유일하게 선물 시장을 가진 한국에서 외국인 매도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외국인은 선물에서 6000계약을 웃도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수급도 악화해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1113억원의 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선물 9월물은 3.5p 하락한 240.2p로 거래를 마감했다.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 매도의 주체가 외국인일 경우 가장 먼저 점검하는 대목은 시총상위주(株), 특히 삼성전자의 움직임"이라며 "2012년 이후 삼성전자와 선물 최근월물의 추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코스피200내 비중을 감안하면 (주가 조정이) 외국인 선물 매도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도에서 매수로 돌아설 만한 특별한 모멘텀(동력)이 없는만큼 당분간 이들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신흥국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국내 기업 실적 등을 봤을 때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복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성장 둔화가 부각되고, 신흥국 통화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 수급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신흥국이 원자재 수출국인 동시에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신흥국 전반의 경기 하방 압력은 가중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고 있고, 외국인 지분율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는 일이 많았다"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 탄력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 시총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7월 34.5% 수준에서 고점을 찍은 뒤 현재 31% 까지 떨어졌다"며 "현 수준이 2010년 이후 최저에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추가적인 지분 축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복귀 시 눈여겨봐야 할 업종은 통신, 건설, 전기전자 등"이라며 "이외 과거 경험을 보면 증권, 화학, 유통 등도 지분율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